반도체와 화학·기계 등 한국의 주력 산업 경쟁력이 일본에 비해 뒤처지고 투자 부진 속에 개선 속도도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일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국가 간 비교우위를 확인할 수 있는 무역특화지수(TSI)를 통해 양국의 경쟁력을 확인한 결과 주력 산업에서 한국이 일본에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7개 산업 중에서 화학, 플라스틱·고무·가죽, 기계 분야는 ‘절대 열세’, 금속과 전기·전자는 ‘열세’였다. 섬유·의류(우세)와 생활용품(대등)만 일본과 비교해 경쟁력이 앞서거나 비슷했다.
보고서는 산업별 대일(對日) 총수출입액(수출액+수입액)을 순수출액(수출액―수입액)으로 나눈 값(무역특화지수)을 기초로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절대 열세(―0.4 미만)부터 절대 우위(0.4 초과)까지 5가지로 정의해 평가했다. 무역특화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국제 무역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해 수출을 못 하고 수입에만 의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가 시작된 반도체 업종의 한일 무역특화지수는 2015년부터 올 상반기(1∼6월)까지 ―0.526으로 2010∼2014년(―0.279)보다 크게 나빠졌다. 실제 반도체 산업의 대일 수출액은 2000년 31억7000만 달러(약 3조7406억 원)에서 지난해 12억4000만 달러로 급감했지만 수입액은 같은 기간 5.4% 증가했다.
일본 정부의 다음 수출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계 분야에서도 정밀기계 산업의 무역특화지수는 200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줄곧 ―0.8을 밑돌았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너무 커 경쟁력 격차가 개선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연구원은 자동차부품 산업(기계)은 대일 경쟁력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한일 격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자동차부품 산업의 무역특화지수는 ―0.086으로 2010∼2014년의 ―0.247과 비교해 상당히 낮아졌다. 자동차부품 산업의 대일 무역 수지도 2010년부터 적자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지난해 ―8000만 달러까지 좁혀졌다.
일본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광물성 생산품 등 총 48개로 지난해 총수입액은 27억8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동북아 분업구조에 정치·외교적 패권주의가 작용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에 대한 과도한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짚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핵심 소재·부품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