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함에 따라 7월 한달간 진행됐던 ‘보이콧 재팬’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차량용 일본 보이콧 스티커 제작 움직임이 있고, 중고차 매매 시장에서도 일본차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지나친 반일 감정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일본의 일방적인 경제 전쟁 선포에 따른 한국인의 정서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보이콧 재팬’ 차량용 스티커 제작 움직임…중고차 매물도 급증
3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일본 보이콧 차량스티커 제작 관련 글이 올라왔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뽑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안중근 의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스티커용 그림이 올라와 있다. 글쓴이는 “제가 능력되는 만큼 제작해서 배송하겠고, 제작은 무료지만 받는 사람들에게는 착불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차도 보이콧 재팬 운동의 영향을 받고 있다. 차량 판배 서비스 ‘헤이딜러’에 따르면 렉서스 ES 300h, 도요타 캠리 등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 수출 차량들에 대한 중고차 딜러들의 입찰 수가 최대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헤이딜러는 6월 1일부터 21일 사이의 자료와 7월 1일부터 21일까지의 자료를 비교해 이같은 결과를 내놨다. 7월은 한국에서 보이콧 재팬 운동이 활성화된 달이다.
렉서스 ES 300h는 평균 딜러 입찰수가 6월 12.8명에서 7월 8.9명으로 30% 감소했고, 인피니티 Q50은 10명에서 7.5명으로 25%, 도요타 캠리는 9.8명에서 8.3명으로 15% 감소했다. 혼다 어코드도 8.6명에서 7.9명으로 8%, 닛산 알티마도 6.1명에서 5.9명으로 3%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산 차량 판매 매물은 늘었다. 인피니티 Q50의 판매 매물은 30대에서 68대로 무려 127%나 증가했다. 도요타 캠리는 23대에서 38대로 65%, 닛산 알티마는 35대에서 52대로 49% 증가했다. 보이콧 재팬 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본차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수요는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 최근 중고차 시장의 풍경이다.
박진우 헤이딜러 대표는 “일본의 무역보복에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이 신차 판매 뿐만 아니라 중고차 시장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뿔난 시민들…직접 행동한다
이처럼 중고차 시장에서 일본차량을 팔겠다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는 일본의 경제전쟁 선포로 인해 일본산 차량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차가워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직접 차량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는가 하면, 도로 위에서 일본 차량을 보면 괜한 화풀이를 하는 다소 위험한 행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인천에서는 한 렉서스 차주가 자신의 렉서스 승용차를 쇠파이프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구월문화로상인회 회원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항의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렉서스 차주들에 대한 괜한 화풀이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오전 보배드림에는 차도 위에서 신호대기중인 렉서스 차량에게 괜히 경적을 울리는 것을 본 목격담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신호대기중에서 뒤에서 경적을 울릴 이유가 없었는데, 여튼 렉서스 차주분은 이래저래 짜증날 입장은 맞는 듯”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 680여곳이 모인 ‘아베 규탄 시민행동’(시민행동)은 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 촛불집회는 지난달 20일 시작돼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
3번째로 열리는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일본이 추가로 경제 보복조치를 결정한 것을 규탄하고, 정부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와 2015년 한일 위안부협상 당시 피해자 지원재단 기금으로 출연됐던 10억엔 반환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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