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 탈퇴 하루만에 中 겨눈 美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 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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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미국이 하루 만에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 의사를 나타냈다. 가능성은 낮지만 일각에서는 한국도 후보지의 하나로 거론하고 있다. 만약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한국에 배치되면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보다 훨씬 더 격렬한 중국의 반대 및 보복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를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맞다.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INF 조약 탈퇴를 대비해 크루즈 미사일 등 장거리 정밀 유도 미사일의 사거리 확대를 준비해 왔다 아시아에 배치할 미사일은 ‘INF 사거리(500∼5500km)’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방 수장이 직접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중국의 미사일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INF에 묶여 중거리 미사일 개발이 제한받는 틈을 노려 중거리 미사일 전력을 대폭 증강해 왔다.

에스퍼 장관은 ‘배치에 몇 년이 걸리느냐’는 질문에 “몇 달 내(배치)를 선호한다. 다만 이런 일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경향이 있다.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INF 관련 기사에서 “미국이 몇 주 안에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해 18개월 안에 지상 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 등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한국과 일본에 중거리 미사일을 반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미국이 구속력 있는 합의(INF 조약)에서 탈퇴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조약 탈퇴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거리 미사일은 사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력적이다.

한국 군 당국은 한국 배치 가능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군 당국자는 4일 “한미 간 그런 얘기가 오간 적이 없다. 9일 서울에서 열리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에스퍼 장관의 회담 의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배치 가능성만 시사해도 중국이 초고강도 무력시위를 비롯해 한중 관계의 재검토에 돌입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 연구기관 관계자는 “한중 관계의 파국을 감수하지 않는 한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요구해도 우리 정부가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에스퍼 장관은 이란에 대응하기 위한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구성에 대해 “30개 이상의 나라들이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곧 관련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일 “일본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우호관계를 고려해 자위대 함선 파견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미국#아시아#중국#중거리 미사일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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