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 뒤 긴 침묵… 젖어드는 눈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5일 03시 00분


채널A ‘아이콘택트’ 5일 첫 방송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침묵’과 ‘예능’이 만났다. 5일 오후 9시 20분 첫 방송되는 채널A의 ‘아이콘택트’는 오로지 눈빛 교환으로 진심을 전하는 예능이다. 제작진이 마련한 ‘눈 맞춤방’에서 결혼을 일주일 앞둔 딸과 아버지가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채널A 제공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침묵’과 ‘예능’이 만났다. 5일 오후 9시 20분 첫 방송되는 채널A의 ‘아이콘택트’는 오로지 눈빛 교환으로 진심을 전하는 예능이다. 제작진이 마련한 ‘눈 맞춤방’에서 결혼을 일주일 앞둔 딸과 아버지가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채널A 제공
서로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그 정적이 이어진다. 혼을 쏙 빼놓는 속도감 있는 편집이 대세가 된 요즘, 예능에서 벌어지는 이 느린 ‘침묵’이 낯설 수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눈으로 하는 이 대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된다. 5일 오후 9시 20분 첫 방영되는 채널A ‘아이콘택트’는 정적이지만 사람 간 소통에서 진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그런 예능이다.

“전 세계에서 눈 맞춤을 가장 안 하는 나라가 한국일 것”이라는 MC 이상민의 말처럼 ‘아이콘택트’는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의 눈을 바라본 적이 있는지를 되묻는다. 눈 맞춤은 때론 말보다 더 진심이 담긴다. 연예인, 일반인을 막론하고 사연이 담긴 이들은 밀실에 들어가 5분 동안 서로를 응시한다. 일상을 공유해 온 친밀한 대상일수록 감정의 골이 깊다. 둘 중 한 명은 누굴 만나게 되는지 모르는 상태라 ‘서프라이즈’ 재미도 쏠쏠하다.

이 예능을 보고 있으면 우리는 생각보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눈을 맞추는, 그 쉬운 행동조차 10초만 지나도 고개를 떨구기 십상이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딸과 아버지도 처음엔 쑥스러운 웃음만 흘러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웃음기는 사라지고 얼굴이 일그러진다. 딸이 고마움과 미안함 등이 뒤섞인 눈물을 흘리자 아버지도 20대 초반의 딸을 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으로 눈시울이 불거진다.

흔들리는 눈동자, 움찔하는 콧방울, 떨리는 입가 주름 등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얼굴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했다. 눈 맞춤이 이끌어낸 감정은 당초 제작진이 예상했던 것보다 격하고 다양했다고 한다. 김남호 PD는 “말과 다르게 눈은 거짓말을 못 한다. 눈에 드러난 복합적인 감정을 시청자들이 오롯이 느낄 수 있게 자막 사용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온 강호동, 이상민, 신동 등 세 MC에게도 ‘아이콘택트’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들은 “처음 만나는 침묵 예능이지만 TV가 고장난 게 아니니 놀라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채널A 제공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온 강호동, 이상민, 신동 등 세 MC에게도 ‘아이콘택트’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들은 “처음 만나는 침묵 예능이지만 TV가 고장난 게 아니니 놀라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채널A 제공
솔직하고 내밀한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 ‘눈 맞춤방’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경기 고양시 동국대 고양바이오메디캠퍼스에 설치된 세트장은 성당의 고해성사실을 방불케 한다. 반경 30m 이내에 제작진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의 접근을 차단해 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으로 분위기를 잡았다. 방에 설치된 카메라마저 참가자들은 보이지 않도록 ‘매직미러’로 은폐했다.

강호동 이상민 신동 등 세 MC는 참가자들의 마음을 읽는 길잡이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VCR를 보며 함께 울고 웃고, 인간의 눈 맞춤이 이끄는 신비한 변화를 체험한다.

특히 강호동은 ‘침묵’이라는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겉보기와 달리 “경기 후 인터뷰가 씨름을 하는 것보다 어려웠다”며 그는 누구보다 인간이 진심을 표현하는 데 얼마나 서툰 존재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강호동은 “(‘아이콘택트’를 보며) 옆에 있는 이들과 눈빛으로 대화해 보시길 추천한다. 제가 느낀 감동을 말로 표현하자니, 백 번의 말보다 한 번 방송을 보고 직접 체험하는 게 확 와 닿을 것”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아이콘택트#침묵#눈빛 교환#눈 맞춤방#강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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