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차 경제보복]브룩스 “정보공유 넘어 동맹 토대”
뮬런 “中영향력 확대만 부를것”… 그린 “美내부 한국비판론 커질것”
첨예한 한일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하면 안 된다는 전직 미군 고위장성 및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GSOMIA를 비롯한 한미일 3각 협력은 미국의 국가 안보 및 이익에도 직결되며 파기 시 향후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GSOMIA는 한미일 3각 협력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라며 “이를 파기하는 것은 단순히 정보 공유가 중단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심각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협정은 한번 파기되면 복원하기가 매우 힘들다.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미일 군사동맹 포럼에 참석한 브룩스 전 사령관은 패널 토론에서도 “미국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두 나라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헤쳐 나가는 걸 도와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그는 “지난달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은 한일 갈등을 이용한 고의적 행위였다. 한일 양국의 협력이 무너지면 한미 간 린치핀(linchpin·핵심 축) 동맹 및 미일 간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 동맹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럼 패널로 참석한 마이클 뮬런 전 미 합참의장은 “양국 모두 갈등을 이어갈 정치적 이유를 갖고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할 위험이 꽤 심각하다”며 이번 균열이 결과적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과민반응하지 말고 한국이 문제를 헤쳐 나갈 공간과 시간을 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다른 한반도 전문가들도 GSOMIA 파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마이클 그린 CSIS 선임부소장도 기자에게 “협정 파기는 한일 간 문제를 넘어 미국의 국가안보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것”이라며 “이는 한미동맹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양국 갈등에 관여하려던 워싱턴의 기류가 협정 파기를 기점으로 한국에 비판적인 쪽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 조야에서 미국이 한일 갈등에 대한 적극적이고 분명한 ‘관여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던 과정도 소개됐다. 유명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지난달 25일 백악관 및 국무부 고위당국자,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함께 진행한 비공개 회의 결과 보고서를 2일 공개했다. ‘한일 간 교착 타개 방안’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현상동결 협정(standstill agreement) 권고(단기) △한미일 3자 고위급 협의 주선(중기) △역사 분쟁 해결 및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3자간 틀 마련(장기)이란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양국 무역 분쟁은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영향력을 확대할 여지를 줘 미 국가 안보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구상 가운데 현상동결 협정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발표로 이미 무위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관여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무부 고위당국자들은 이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태국 방콕에서 진행한 익명의 기자회견에서 “3국 (외교장관)이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해결책을 찾는 데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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