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가 커뮤니티 아니고 회사라구요?”…‘IT 스타트업’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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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6일 09시 56분


최정두 중고나라 플랫폼사업본부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고나라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최정두 중고나라 플랫폼사업본부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고나라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오늘도 평화로운.’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이름이다. 주인공은 오늘도 평화로운 그곳, 중고나라에서 노트북을 사려다 사기를 당한다. 직접 사기꾼을 잡겠노라 결심한 주인공은 중국으로 떠나 복수한다.

영화를 본 관람객들의 평은 가히 폭발적이다. “중고나라 사기 피해자들을 대리 만족시켜 주는 영화” “저 역시 사기를 당해봐서 아는데….” “3년 전 나이키 조단 사려다 짝퉁을 만난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영화감독도 중고나라 사기 피해자다. 중고나라를 설명할 때 붙는 ‘오늘도 평화로운’이라는 수식어는 일종의 반어법인 셈이다.

지난 2003년 인터넷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는 이제 모두에게 친숙한 ‘국민 유통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회원 수가 무려 2100만명을 넘고 월간 실사용자(MAU)는 1600만명에 이른다. 매일 23만건(1초당 3건 이상)의 새로운 중고 상품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고나라 네이버 카페와 모바일앱의 거래액은 총 2조8421억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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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도 중고나라를 ‘인터넷 커뮤니티’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중고나라는 어엿한 ‘회사’다. 지난 2014년부터 법인화를 시작해 직원만 100여 명에 이른다. 심지어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등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투자한 회사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중고나라에서 최정두 중고나라 플랫폼 운영본부장(이사)을 만나 ‘IT 스타트업’으로 탈바꿈한 중고나라의 현재와 비전을 들어봤다.

◇“중고나라, 이거 회사예요?”

“중고나라가 회사라고?” 중고나라를 인터뷰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딱 이랬다.

중고나라는 2003년 친목 목적의 커뮤니티 카페로 출발했다. 10여 년을 커뮤니티 형태로 운영하다가 2014년부터 법인으로 전환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사기 예방’이라는 게 최 이사의 설명이다.

한때 중고나라는 사기 범죄의 온상으로 여겨져 경찰이 가장 싫어하는 사이트였다고 한다. 법인화 이후 중고나라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과 사기예방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형사들도 “이거 회사예요?”라며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최 이사는 전했다.

최정두 중고나라 플랫폼사업본부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고나라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최정두 중고나라 플랫폼사업본부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고나라 사옥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News1
최 이사는 “네이버 카페에서는 광고 이외에 수익을 가져갈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에서 무리하게 수익을 얻으려 하지 않고 중고나라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모바일앱과 중고차 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들을 선보였다.

2016년 중고나라 모바일 앱과 재활용품 방문수거 서비스 ‘주마’, 공동구매 서비스 ‘비밀의공구’를 론칭했다. 2017년에는 중고차 거래 서비스 ‘중고나라 중고차’를, 올해 초에는 인증받은 셀러만 물건을 팔 수 있는 ‘평화나라’를 도입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유안타증권, JB우리캐피탈, NHN페이코 등이 중고나라에 투자했다. 최 이사는 “거래액으로는 중고나라의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편이지만 ‘독특함’과 ‘성장성’을 보고 투자해 주신 것 같다”며 “투자자들은 ‘중고나라의 감성을 잃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황에 쑥쑥 커가는 중고 시장

일반적으로 경기가 어려울수록 중고 거래는 활발해진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고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난도 서울대 교수(소비자학)는 저서 ‘2016 트렌드코리아’에서 “저성장, 취업난, 고용불안, 양극화가 악화하는 가운데 풍요의 시대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여전히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한다”며 “나름의 수입 속에서 ‘적게 쓰지만 만족은 크게 얻으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중고나라에서 중고 물품만 거래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고나라는 개인이 필요 없는 물건은 현명하게 처분하는 공간이 됐다.

예를 들어 중고나라에서는 스타벅스 프리퀀시가 색상별로 다른 시세로 팔리고 위메프·티몬 등 특가 딜에서 한정 판매한 상품이 다음 날 올라온다. LG전자가 직원들에게 나눠 준 창립 70주년 기념 스피커가 중고나라에 쏟아져 나온 사례도 있었다.

최 이사는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판매하겠다”며 “중고나라에서 중고 상품만 판다는 인식을 없애는 게 저희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젠가는 중고나라에서 중고차가 아닌 새 자동차도 충분히 판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고로운 평화나라?…중고나라를 ‘스토리 커머스’로

중고나라 본사에 전시된 붉은 벽돌. ‘적벽대전’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 News1
중고나라 본사에 전시된 붉은 벽돌. ‘적벽대전’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 News1
중고나라 본사에는 ‘붉은 벽돌’이 전시돼 있다. 이 벽돌에는 “중고나라에서 택배 거래를 했는데 제품 대신 벽돌이 왔다는 사기 후기가 이슈가 되면서 역설적으로 모든 이들이 중고나라를 알게 됐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타이틀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잊을 만하면 중고나라 관련 유머 글이 올라온다. 제목은 대체로 ‘평화로운 중고나라’거나 ‘중고로운 평화나라’다. 어이없을 정도로 특이한 사기 사례라던가 터무니없이 값을 깎아달라 떼쓰는 구매자, 게시물마다 ‘판매완료’라는 댓글을 달아 거래를 방해하는 사람 등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유머는 보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중고나라에는 자연스러운 ‘바이럴’ 효과를 준다. 중고나라가 대중에게 친숙한 이유다. 최 이사는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네티즌들이) ‘거래의 평화’를 염원하는 ‘역설’“이라고 설명하며 ”어떻게 하면 중고나라를 더 평화롭게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이사는 ‘이야기’와 ‘소통’을 중고나라의 강점으로 봤다. 그는 ”중고나라에서 물건을 판매할 때는 제품 정보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실제 사연도 함께 전달한다“며 ”판매자와 구매자가 실시간으로 카톡을 주고받는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플랫폼은 중고나라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중고나라가 스토리를 판매하는 블랙홀 같은 기업이 되길 바란다“

최 이사가 꿈꾸는 ‘중고나라’의 미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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