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음식, 배달의 민족은 생필품… 상대 안방까지 진격 ‘배달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8일 03시 00분


‘쿠팡으로 짜장면 시키고, 배달의민족으로 기저귀 시킨다?’

김범석 쿠팡 대표(41)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대표(43)가 서로의 홈그라운드에 진출했다. 쿠팡은 5월 음식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12월부터 생필품 배달 서비스 ‘배민마켓’을 시범 운영 중이다.

7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배달·배송 서비스로 유니콘 기업이 된 두 창업자의 경쟁이 주목받고 있다. 김범석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 창업가다. 네이버 디자이너 출신의 ‘경영하는 디자이너’ 김봉진 대표와 스타일은 다르지만 2010, 2011년 한 해 간격으로 쿠팡과 우아한형제들의 대표가 됐다. 두 대표는 2009년 아이폰 출시 이후 각종 애플리케이션(앱)들이 순식간에 뜨고 지던 시기를 넘어 생존했다.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과 골목상권 등 기존 시스템과 갈등을 겪으며 성장해온 궤적도 같다.

김범석 대표가 내놓은 쿠팡이츠 서비스는 쿠팡의 장점인 배송 기사에 대한 신뢰도를 앞세웠다. 쿠팡이츠 전문 배달기사인 ‘쿠리어’가 배달해주고 쿠리어의 이름과 실시간 위치도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봉진 대표의 배민마켓은 쿠팡이 놓치고 있는 ‘즉시 배송’ 시장을 노렸다. 간편식과 가공식품, 생필품 등 1500종의 상품을 도심 곳곳 배민마켓 전용 물류창고에 쌓아놓고 그때그때 배송해준다. 평균 30분 내 배송을 모토로 걸고 있다.

현재는 두 서비스 모두 서울 일부 지역 등에서 한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소비자 반응에 따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경쟁이 표면화되면서 김봉진 대표가 선공(先攻)을 하기도 했다. 5월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에 대해 “우리 가맹점을 부당하게 뺏어가려 한 정황이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새롭게 도전하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두 대표 모두 외부에서 4조 원(쿠팡), 5000억 원(우아한형제들) 등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해 쌓아둔 만큼 신규 서비스에 실탄을 쏟아붓고 있다. 쿠팡이츠는 현재 배달비를 받지 않으며 최소주문금액도 없다. 첫 주문 30%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배민마켓도 현재 배달팁을 받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둘의 경쟁을 놓고 ‘언젠가는 부딪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도 어러머(알리바바 진영)와 메이퇀(텐센트 진영) 등 정보통신기술(ICT) 강호들이 음식 배달, 간편 배송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만큼 이 시장이 미래의 먹거리로 스타트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음식배달 시장 규모는 올해 20조 원으로 성장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의 월 이용자 수는 6월 기준 1100만 명 수준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아직까지 앱 배달 서비스의 잠재적 이용자와 가맹점이 많이 남아있다. 배달 오토바이나 가맹점 노하우 등 기존의 배달-배송 인프라가 있는 두 곳이 시장을 넓히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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