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입니다. 이 중에서도 최고의 투수에게만 주어지는 상이 있는데, 바로 ‘사이영상(Cy Young Award)’입니다. 유명 야구선수인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野茂英雄·일본), 왕젠밍(王建民·대만)도 수상하지 못했으니 동양인에게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이영상은 덴턴 트루 영(Denton True Young·1867∼1955)이라는 투수의 별명인 사이영(Cy Young)을 본떠 만든 상입니다. 그가 던지는 공이 마치 ‘사이클론(Cyclon)’처럼 강력하다고 해서 지어진 별칭입니다. 1955년 메이저리그 최고 관리자(커미셔너·commissioner)였던 포드 프릭(Ford Frick)이 사이영상을 제정해 1957년부터 리그별 최우수 투수에게 수여하고 있습니다.
덴턴 트루 영은 22년간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약하며 각종 불멸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7377이닝 동안 볼을 던지며 511승을 했으니 연평균 23승이 넘습니다. 그 밖에도 △통산 평균자책점 2.63 △20승 이상 16회(14회 연속) △30승 이상 5회 △노히트노런 3회 △탈삼진 2803개 △메이저리그 최다 완투(749경기) △최다 선발 출장(815경기) 등의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2019년 시즌 중 현재 사이영상에 가장 근접한 투수가 바로 한국의 류현진(32·LA 다저스·사진)입니다. 류현진은 12일(한국 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12번째 승리를 올렸습니다. 프로 데뷔 13년 만에 한미 통산 150승과 안방경기 11연승이라는 쾌거를 이룬 것입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45로 더욱 낮아졌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평균자책점이 1점대인 유일한 선수입니다. 이 밖에 9이닝당 볼넷 허용률 1.07(1위), 이닝당 출루허용률 0.93(2위), 볼넷 대비 삼진 비율 7.12(2위)로 압도적인 기록을 세워가고 있습니다.
류현진은 자신의 약점을 인지하고 보완해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습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투구 속도가 하위권에 속했습니다. 꾸준히 제구력을 갈고 다듬은 류현진은 이제 어떤 상황에서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위기상황에서 상대방의 땅볼(땅 위로 굴러가는 공)을 유도해 병살(2명의 공격수를 아웃)시키고 투구 수를 아끼는 기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류현진은 정신력이 무척 강합니다. 경기 도중 위기를 맞이해도 표정 변화가 없습니다. 흔들림 없이 담대한 투구를 계속 하다 보면 오히려 상대 타자가 주눅이 듭니다. 간혹 실점을 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자신의 역량을 쏟아내다 보니 큰 경기에 강한 선수로 통합니다.
류현진은 어깨(2015년)와 팔꿈치(2016년) 부상을 이겨내고 재활을 통해 더욱 강력해져 돌아왔습니다.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 아니었으면 재기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류현진처럼 우리도 약점을 보완하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가진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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