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 침대 광고’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총 3편으로 짜인 광고는 마틴 게릭스의 노래 ‘서머 데이즈(Summer Days)’가 흘러나오면서 시작된다. 각각 수영장이나 해변, 숲을 배경으로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델이 등장하고, ‘SIMMONS(시몬스)’라는 타이포그래피가 나오면서 끝난다. 이는 침대 브랜드 시몬스가 지난달 초부터 선보인 15초짜리 TV 광고 장면이다. 광고는 특별한 내용 없이 단순하게 전개된다. 얼핏 보면 무엇을 알리려고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광고에 푹 빠졌다. 광고가 나온 이후 4주 동안 광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튜브로 찾아서 보는 이도 많았다. 이달 13일 기준으로, 편당 조회수 150만 건을 넘어섰다. 사람들이 시몬스 광고를 흥미로워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음악도 신나지만 눈이 즐겁다.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비주얼이 시선을 끈다. 한 번 이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머릿속에서 저절로 광고가 떠오를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인기
시몬스 침대는 어떻게 이 같은 히트작을 만들 수 있었을까. 비결은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에 있다. 시몬스의 모든 브랜딩 작업은 이곳에서 이뤄지는데 이 스튜디오의 가장 큰 특징은 프로젝트별로 사내 인력이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과 팀을 꾸린다는 점이다. 이번 광고에는 애플, 소니, 나이키 등과 작업한 아트 크리에이터 싱싱스튜디오와 국내외 유명 광고영상을 제작한 프로덕션 원더보이즈필름, 글로벌 패션 매거진의 화보 촬영을 해온 김보성 플레이스튜디오 실장, 신선혜 포토그래퍼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시몬스 침대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제품 없이 그래픽 요소로만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은 광고주인 시몬스였다. 김영만 원더보이즈필름 프로듀서는 “보통 광고를 제작할 땐 제품의 성능이나 이미지에 집중하는데, 시몬스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것 같아 신선했다. 이를 위해 그래픽 디자이너, 비주얼 아티스트, 심지어 DJ까지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모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배경음악인 ‘서머 데이즈’는 싱싱스튜디오가 추천했다.
디테일한 작업도 성공 비결 중 하나였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는 모델 의상에서부터 작은 액세서리, 촬영 소품까지 하나하나 직접 챙겼다. 보통 광고 촬영에서 의상까지 하나하나 직접 챙기는 광고주는 찾기 힘들다.
김보성 플레이스튜디오 실장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협업했는데도 미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뭐 하나라도 대충 하는 것 없이 다들 꼼꼼하게 챙겼기 때문이다. 갑자기 오후 11시에 모여 배너와 폰트 디자인, 컬러 등을 함께 확인하기도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신선혜 포토그래퍼는 “제품이 없는 상태로 촬영을 해야 해서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모델 이미지와 컬러감을 강조해 표현하면서 실마리를 풀어나갔다”며 “백지에서 완성물을 빚어내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도 배우는 게 많은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결국 시몬스 광고는 브랜드 주력 제품인 침대를 영상에 등장시키지 않아 더욱 화제가 됐다. 시몬스 광고는 TNMS 광고조사채널이 전국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TV 광고 시청률에서 7월 1일부터 한 달간 1위를 기록했다. ○ 인기 광고를 고객 접점으로 활용
그들의 도전은 광고에 그치지 않았다. 시몬스는 광고에 나오는 주요 장면들로 티셔츠와 에코백, 스마트폰 케이스 등을 디자인해 상품화했다. 광고가 흥행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연스럽게 제품이 알려졌는데, 사람들이 판매용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강수정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 아트팀장은 “구매 인증샷이 수시로 올라오고 한정판으로 제작한 티셔츠가 온라인상에서 인증샷 열풍을 일으키며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그 덕분에 고객과의 소통을 훨씬 더 강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는 단순히 광고만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고객 접점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 이천에는 ‘시몬스 테라스’라는 고객 소통 공간을 마련했다. 이는 전시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공간 설계와 인테리어, 프로그램 기획, 전시, 큐레이터가 설명하는 단어 하나까지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직접 챙기고 있다. 오픈 당시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장 줄리앙의 ‘장 줄리앙: 꿈꾸는 남자(2018.09∼12)’ 전시가 진행됐다. 현재는 서핑을 주제로 한 전시 ‘Reality Bites: 리얼리티 바이츠’가 열리고 있다. 젊음과 반항을 상징하는 서핑과 1960, 70년대 자유분방한 히피 문화가 주제다.
올해 5월에는 이곳에 이천에서 재배된 농특산물을 소비자들이 직거래로 구매할 수 있는 ‘파머스 마켓’도 열었다. 이천 지역 농민과 소비자와의 만남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파머스 마켓에 사용된 집기 제작부터 설치, 디스플레이 등 판매를 위한 모든 제반 사항을 시몬스가 지원했다. 박기종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 VMD 팀장은 “파머스 마켓은 단순 농산물 플리 마켓의 개념을 넘어서는,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통한 새로운 브랜딩 전략”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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