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위안부 문제 사죄하라!” ‘수요 집회’ 日 도쿄-오사카에서도 연대 집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4일 20시 29분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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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사죄하라! 사죄하라!”

14일 오후 5시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히비야(日比谷)공원 앞. 300여 명의 일본 시민들이 도로로 뛰쳐나와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이들은 약 1.5㎞ 구간을 행진하며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 집회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과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수요 집회’의 1400회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연대 집회 형식으로 서울과 함께 일본 도쿄에서도 열렸다. 특히 이번 집회에서는 위안부 문제 뿐 아니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일본 전범 기업의 보상 문제, 최근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최근 한일 간 이슈 전반을 해결하라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집회 참가자들 중 상당수는 20, 30대 젊은층이었다. 심지어 10대도 있었다.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접했다는 대학생 이시다 린타로 씨(22)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마주해야 꼬인 한일 관계가 풀린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집회에 앞서 공원 내 히비야컨벤션홀에서 열린 포럼에서도 젊은층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학창시절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이들은 올해 3월 위안부 피해자들을 취재해 온 작가 가와타 후미코(川田文子) 씨와 함께 한국에 방문해 위안부 문제를 배우고 돌아왔다. ‘강제연행’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대학생 니즈마 사쿠라 씨(24)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보여주며 “가족을 위해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말로 어린 소녀들을 속인 것은 명백한 사기이고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며 “‘강제연행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말은 완벽한 ‘페이크(거짓)’”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일본 정부의 사죄 및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발표한 대학생 구마노 코에 씨(19)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다 사망하면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는 주변의 인식이 너무 무섭다”며 “일본 정부의 사죄는 한 번 하고 끝나는 ‘점’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진실된 사죄라고 믿을 때까지 하는 ‘선’이 돼야 한다”며 날카로운 인식을 보였다.

특히 이들은 도쿄 인근에서 한국어나 아시아 역사를 배우는 대학생 308명을 대상으로 벌인 자체 설문 조사 결과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일본 내 중고교 역사 수업에서 위안부 문제를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전체의 69%가 ‘필요하다’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 됐다. 그러나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에 사과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45%가 ‘그렇다’고 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젊은이들의 인식이 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사카=김민지채널A기자 mettym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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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7시에는 일본 2대 도시 오사카의 번화가 난바(難波)에서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NO아베’ 집회가 열렸다. 광복절 당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태풍 ‘크로사’의 영향으로 일정이 하루 앞당겨졌다. 집회를 주도한 미우라 히데아키 씨(44)는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집회에 참가한 100여 명은 SNS를 통해 모인 평범한 오사카 시민들로 4일 도쿄 신주쿠(新宿)에서 열렸던 첫 번째 ‘NO아베’ 집회를 보고 뜻을 같이 했다”며 “한일 간 우호 관계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입헌민주당의 오쓰지 가나코(尾かな子) 의원은 “아베 총리의 잘못된 역사 인식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며 한국어로 “한국과 일본은 친구”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15년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준수할 것을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측에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위안부 합의는 국제 사회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을 서로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통신이 전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오사카=김민지채널A기자 mettym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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