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의 미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연기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1일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산 상품 3000억 달러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지 12일 만에 태도를 바꿨다.
미무역대표부(USTR)도 이날 홈페이지에 “중국산 스마트폰, 휴대용 노트북, 장난감, 비디오게임 등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는 시점을 12월 15일로 늦추겠다”는 글을 게재했다. USTR 발표 직전 중국 상무부는 이날 류허(劉鶴) 부총리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통화했고 2주 안에 또 통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무역액을 기준으로 이날 관세 부과가 연기된 중국산 수입품 규모를 약 1560억 달러로 추산했다. 특히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 아이폰과 맥북의 관세 부과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애플 에어팟, 애플워치, 공구, 의류, 일부 신발류 등 1070억 달러어치 상품에는 예정대로 다음 달 1일부터 관세가 부과된다.
11월 말 추수감사절 연휴의 ‘블랙 프라이데이’, 12월 말 성탄절은 미 소매경기를 좌지우지하는 유통업계의 최대 대목이다. 내년 11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연말 경기가 살아나야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특히 지난달 중국 상하이 양국 고위급 무역협상이 별 소득 없이 끝난 뒤 미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00포인트 이상 하락해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을 안겼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이 결국 관세가 미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인정했다. 최근 관세 부과 비용이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되면 미 4인 가구는 1년에 약 350달러를 더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역협상 훈풍으로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44%, 1.95% 올랐다. 애플 주가도 4.23% 상승했다. 이 영향을 받은 코스피는 14일 장중 한때 1% 넘게 올랐고 전날보다 12.54포인트(0.65%) 오른 1,938.37에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장중 600 선을 회복했고 1.08% 상승한 597.15로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63%, 3.22% 오르는 등 대형주가 강세였다. 한국 등 신흥국 경기 불안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5원 내린(원화 가치 상승) 달러당 1212.7원에 마감했다.
다만 이번 관세 유예가 무역협상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관세 연기가 미국의 약점만 드러낸 꼴이라고 비판한다. 대통령이 중국과의 ‘일전불사’를 외치다가도 주가가 하락하면 후퇴하는 바람에 중국에 약한 모습만 보인다는 뜻이다. 미국은 다음 달 미 워싱턴에서 중국과 대면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대한 첨예한 입장 차이로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12월 15일 이후에도 관세를 추가 연기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 (이번 연기는) 크리스마스 시즌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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