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안보 무능론’을 제기하며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잘못된 길로 끌고 가고 있다”고 비판한 가운데 평화경제 구상을 비판한 보수진영에 날을 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여전히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이 국내외에 적지 않지만 우리 국민들의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미국이 북한과 동요 없이 대화를 계속하고 일본 역시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에 핵무장론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는 보수야당을 사실상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으로 규정한 것.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언급하는 대목에선 오른손을 들어 두세 차례 세차게 흔들어 힘을 주기도 했다. 단상 오른 쪽에는 공교롭게도 황교안 대표 등 정당 대표들이 앉아 있었다. 경축식에 앞서 행사장에 입장하는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황 대표는 경축사 중 몇 차례 박수를 쳤지만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에 앞서 기념사를 한 김원웅 광복회장이 “일본이 경제보복으로 다루기 쉬운 친일정권을 다시 세우려는 의도다. 의연하게 잘 대처하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하자 박수 대신 메모를 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이날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뒤 인근 유관순 열사 기념관을 방문해 “힘 있는 안보, 힘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며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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