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내 야당 이시바 前 간사장
“日, 독일과 달리 전쟁책임 안밝혀… 오부치-김대중 시대로 돌아갔으면”
“한일갈등 근본 원인은 식민지배… 원점 돌아가 우애정신 회복해야”
하토야마 前총리도 트윗서 밝혀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하기로 하자 일본 정계 유력 인사 가운데서도 “일본이 과거사를 직시하지 않은 게 문제의 원인”이라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한 다음 날인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으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이라며 “이런 상황이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표면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뉘른베르크 재판과 별개로 전쟁 책임을 스스로의 손으로 밝힌 독일과 (일본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전쟁 책임에 대한 독일의 태도를 일본과 비교했다. 뉘른베르크 재판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군의 주도로 1945년 11월∼1946년 10월 이어진 나치 독일 전쟁지도자들에 대한 전범 재판으로 총 22명이 재판을 받았다.
일본 ‘여당 내의 야당’으로도 통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민당 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비판 의견을 밝히는 인물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차기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에게 패했지만 당시 예상 밖의 선전을 펼쳤다. 이에 당내에서는 “아베 정권의 구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정계에선 “아베 일색의 자민당을 변화시킬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블로그 게시물에서 “일본과 한반도의 역사, 특히 메이지유신(1868년) 이후의 양국 관계를 배울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며 “(한국과 일본에도) ‘과거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김대중 대통령 시대 같은 좋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도 자신의 트위터에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이 실마리가 된 한일 간 대립이 최악으로 전개됐다”고 쓰며 현 한일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일본의 식민지배에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 “패전국은 전쟁과 식민지배로 상처 입은 사람들이 더 이상 사죄할 필요가 없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했던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을 일본이 부정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서 “(문제의) 원점은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들어 그들에게 고통을 준 것이다. 원점으로 돌아가 빨리 우애(友愛)정신으로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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