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후폭풍이 한미동맹에 본격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로 인한 한미일 3각 동맹의 균열을 노린 북한의 방사포 도발을 신호탄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완전한 돈 낭비”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나섰다. 지소미아 파기로 동북아에서 미국이 감당해야 할 안보 비용이 증가했다고 판단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훈련 축소는 물론 내년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을 거세게 몰아붙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지인 프랑스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두고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그것이 완전한 돈 낭비(a total waste of money)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 안보동맹을 지탱하는 근간인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며 비용을 문제 삼고 나선 것.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지소미아 파기를 두고 “한국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미군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단순한 감정 토로를 넘어 문재인 정부를 향한 실체적인 압박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한미 외교가에선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에 따라 받아들게 될 첫 번째 워싱턴발(發) 청구서는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최근 연이어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압박에 이어 지소미아 파기까지 더해지면서 미국이 높은 인상률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유지에 연간 48억 달러가 소요된다며 최근 한국 정부에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면서 12월마다 실시되던 한미 연합 공중 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에선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 동맹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미 정상 간 통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미 정상의 접촉은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 회동이 마지막이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급격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대신 미국과 대규모 무기 구입 협상에 나서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략자산 확충 등을 통한 안보 역량 강화를 꾀하면서도 무기 구매로 한미 동맹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달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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