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타 셰프의 진솔한 강의에 요리 꿈나무들 눈이 ‘반짝반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9일 03시 00분


[행복 나눔]실무 중심 청년인재 키우는 ‘SK뉴스쿨’ 무료 직업교육

9일 서울 용산구 행복나눔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권우중 셰프와 정하봉 소믈리에, 박무현 셰프. 이들은 요식업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SK뉴스쿨’에서 무료로 재능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9일 서울 용산구 행복나눔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권우중 셰프와 정하봉 소믈리에, 박무현 셰프. 이들은 요식업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SK뉴스쿨’에서 무료로 재능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올해 국내 미취업자가 154만 명으로 집계됐다. 2007년 이래 최고치다. 청년 취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산업 현장에서는 즉각 현업에서 일할 수 있는 청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행복나눔재단은 이러한 실무 중심형 인재 양성을 위해 2008년부터 행복에프앤씨재단과 ‘SK뉴스쿨’을 운영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무료 직업교육 프로그램이다. 차별화된 실무 중심 교육 덕분에 그간 SK뉴스쿨 졸업생 203명 전원이 외식업계 취업에 성공했다.

SK뉴스쿨은 각 분야 전문가의 재능 기부로 운영된다. 권우중·박무현 셰프, 정하봉 소믈리에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주기적으로 시간을 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9일 서울 용산구 행복나눔재단 사무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 “A부터 Z까지 현장 기회 주고파”

권 셰프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식당 ‘권숙수’의 오너셰프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미슐랭 2스타를 받았다. 2015년 SK뉴스쿨에 첫발을 디딘 그는 학부 시절 충분한 실습 기회가 없어 아쉬움이 많았다고 한다. “학생들이 많아 요리 하나에 4명이 분업을 했어요. 1년 내내 파만 썰다 끝난 적도 있었죠.” 그가 SK뉴스쿨에서 학생들에게 조리의 모든 단계를 실습해볼 기회를 주고 싶었던 이유다.

권 셰프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 현황을 즉각 교과과정에 반영해 가르치고 있다. 학교라는 기존의 딱딱한 틀에서 배울 수 없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10∼20년 전 실무를 담당했거나 현재 현업에 없는 교수는 시장 트렌드를 알려주기 어렵다”며 “현업에 있는 셰프가 나서서 요즘 손님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정 소믈리에는 세계 소믈리에 대회에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한 인물이다. 현재 한국의 17개 JW메리어트호텔 총괄 소믈리에와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와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믈리에는 “아무나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책임감과 실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생들이 결코 작은 결심으로 시작하지 않길 바란다는 얘기다.

와인에 대한 그의 철학은 평소 학생들에게 건네는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일단 해보고 결정하라.” 일명 ‘환대 산업’이라고 불리는 서비스업에서 청년들은 곧잘 호텔의 외관 등 화려한 면에 현혹되곤 한다. 그러나 그 뒤에는 고독한 훈련의 시간이 감춰져 있다. 그는 “와인 유학만 하고 와서 소믈리에가 될 순 없다. 수많은 식당에서 수년간 직접 서비스를 해보고 어떤 음식과 와인의 조합이 좋은지 연구해 봐야 수익 구조가 뛰어난 식단을 추천할 수 있는 전문성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 “재능보다 끈기를 가르치고 싶어”

박 셰프는 서울 강남구의 프렌치 식당 ‘무오키(MUOKI)’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박 셰프는 청년 예비 셰프들에게 기술보다 끈기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9년 전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식당에서 일했다. 5년간 하루 18시간씩 일하고 밥값도 안 되는 돈을 벌었다. 힘들 때면 공원의 ‘무오키’(떡갈나무·남아프리카 방언)를 찾았다. “솔직히 오픈 멤버 5명 중 제가 가장 뒤처졌어요. 다들 못해먹겠다며 나가는데 끈기로 버텼더니 어느새 20명의 셰프 중 2번째로 높은 시니어 수셰프가 됐죠.”

박 셰프는 셰프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로 ‘관심’을 꼽았다. 그는 2013년부터 대학마다 특강을 다녔다. 300명이 넘는 학생 중 질문하는 학생은 없었다. 반면 SK뉴스쿨은 달랐다. 2016년 9월 2시간에 걸친 첫 강의를 끝내자 30여 명의 학생 중 80%가 질문이 있다며 손을 들었다. 그는 질문에 답하느라 목이 쉬었고 수업은 2시간이 초과됐다.

SK뉴스쿨은 앞으로도 실무 중심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신산업분야를 대비해 MD학과와 정보보안학과가 신설된다. △조리학과(20명) △F&B학과(20명) △MD학과(15명 내외) △정보보안학과(8명 내외)를 선발한다. 20∼29세 청년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취약계층은 우대한다. 모집 시기는 12월 1일부터 15일까지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sk뉴스쿨#직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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