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무릎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연골이 닳아서 관절내시경을 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별로 아프지도 않고 느낌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병원에서 관절내시경 시술을 권유받은 환자가 필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엑스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은 관절·척추질환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검사법이다.
엑스레이는 뼈의 골절이나 관절 간격 등을 볼 수 있고, MRI는 반월상 연골판 파열 여부, 뼈의 상태, 연골의 마모 정도 등 엑스레이상으로는 판별이 어려울 때 검사를 진행한다.
그러면 과연 이러한 검사법이 수술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척도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고 싶다. MRI 검사 결과 연골 손상이 심해서 생활하는 데 불편이 뒤따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막상 환자는 의외로 통증이 별로 없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엑스레이상에서는 관절뼈 사이의 간격이 좁아질 정도로 연골이 많이 닳아 걸어 다니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 환자가 생활에 불편 없이 잘 지내는 분도 있다. 이와 반대로 엑스레이나 MRI상으로는 그렇게 심하지 않은데 통증과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이 있다.
이럴 땐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영상검사 결과는 심해 보이지만 환자가 느끼는 통증과 불편한 증상이 없는 경우엔 1차적으로는 수술적 치료를 권하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데 구태여 수술을 해서 환자한테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검사 결과와는 달리 환자가 통증을 많이 느끼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라면 우선 간단한 치료법이나 시술을 통해 증상이 완화되는지 지켜본 후 효과가 없으면 수술을 시도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검사 결과가 나쁘다고 굳이 수술을 해야 할 일도 아니고, 증상이 심한데 검사 결과가 괜찮다고 안심할 일도 아니다. 증상이 심한데 결과가 괜찮다고 치료를 미루다가 치료 시기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상검사 결과는 관절·척추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는 보여주지만 진행 정도가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검사는 환자의 증상을 보조하는 데이터에 불과할 뿐 100% 질환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영상검사 결과가 나쁘면 수술하고, 좋으면 수술하지 않는다는 공식은 없다. 검사를 근거로 환자의 증상과 병력, 전문의의 진찰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비로소 관절·척추질환의 치료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