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제 서울대 명예교수 연구서 발간
유목민족이 중국의 전통적인 도성 형식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 연구서 2권이 나왔다.
박한제 서울대 명예교수(74·동양사학)는 ‘중국 중세도성과 호한체제’(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중국 도성 건설과 입지’(〃)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수·당대 장안성이 앞서 북중국을 통치한 유목민족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대 장안성에서는 곽(郭·도읍을 둘러싼 외성) 안을 가축우리처럼 담 벽(墻·장)으로 분할하는 방장제(坊墻制)를 실시했다. 장안의 주민은 ‘방’의 문이 열리는 낮에는 자유롭게 외부에서 활동할 수 있었지만 문이 닫히기 전 모두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방장제를 통해 적은 인력으로 다수의 적대적인 주민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는데, 이는 유목민족이 가축을 기르는 것과도 유사하다는 것이다.
장안성의 궁성이 한족의 전통처럼 도성의 중앙에 자리하지 않고 북쪽에 치우친 것 역시 유목민족의 유산이라고 한다. 황제가 사는 궁성이 적대적인 백성에게 포위당하는 걸 막기 위해 도성 북쪽에 위치했다는 것이다. 궁성과 접한 드넓은 후원은 유목민 출신 황제가 반란이 일어났을 때 피할 수 있는 장소가 됐다. 저자는 이처럼 장안성은 한족의 전통과 오랑캐(胡族·호족)로 불리던 유목민족의 영향이 뒤섞인 ‘호한(胡漢)체제’적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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