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영상, 4개월간 방치한 유튜브…삭제 신고에도 늑장 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4일 17시 37분


“아이 키우는 같은 엄마로서 경악스럽네요. 왜 영상이 안 지워지죠?”

세계 1위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올해부터 미성년자 보호 정책을 강화한다고 밝혔음에도 국내에서 유해성 아동 콘텐츠를 발견하고도 늑장 대응을 한 사례가 나타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아동 유튜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튜브가 사전 검증 못지않게 신고 접수 이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사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단은 4일 오전 10시경 국내의 한 맘 카페에 올라 온 게시글이었다. 유튜브에 등록된 한 유해성 아동 콘텐츠를 신속히 삭제할 수 있도록 회원들이 해당 콘텐츠 ‘(삭제)신고’에 데 동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5세 미만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두 명이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은 뒤 “구독하기 눌러주세요”라고 말하는 40초가량의 영상이었다.

이미 5월에 게시돼 조회 수 3만 건을 넘었던 해당 영상은 특히 당일 새벽 극우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서 언급되기 시작해 더 큰 확산이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해당 카페 회원들은 “다급한 마음에 신고했지만 영상이 빨리 내려가지 않는다”며 걱정을 쏟아냈다. 실제 해당 영상은 처음 문제가 제기된 지 약 4시간 반이 지나서야 삭제됐다.

이번 사건을 두고 유튜브의 안일한 대처를 문제 삼는 지적이 쏟아진다. 맘 카페 회원 A 씨는 “5월에 올라간 영상을 4개월 동안이나 방치한 것도 문제지만, 삭제신고 요청이 쇄도한 당일에도 서둘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확인조차 안된 유해한 콘텐츠가 얼마나 많을지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튜브는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동영상 중 약탈적 행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면 댓글을 달 수 없게 하고,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제한하는 등 미성년자 보호 정책을 올해 초부터 실시하고 있기는 하다. 아동청소년보호법과 같은 현행법에 저촉되진 않더라도 문제가 될 만한 콘텐츠라면 사전 조치를 하겠다는 뜻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신속한 사후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하루에도 유튜브에 수십만 건씩 콘텐츠가 올라오는 상황에서 아무리 사전 검증을 강화한다 해도 허점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신고가 들어온 이후에라도 빠른 대처를 했어야 했는데 안일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측은 이에 대해 “정책 위반 콘텐츠를 모니터링하는 인력을 1만 명 이상으로 확충하고 기술적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매진하고 있다”며 “때로는 콘텐츠를 (신고접수 이후) 처리하는데 시간이 지체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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