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계열사인 SK실트론이 10일 전기자동차용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미국 듀폰사의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일본 수출 규제로 소재 및 부품 자립화 요구가 높은 가운데 이뤄진 과감한 글로벌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SK실트론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듀폰의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Silicon Carbide Wafer·SiC웨이퍼) 사업부를 4억5000만 달러(약 54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국내외 인허가 과정을 거치면 올해 안에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다수의 업체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실트론의 35년 웨이퍼 기술력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안다”며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전기차 소재 시장에서 싸울 수 있는 기초체력이 마련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SiC웨이퍼는 실리카와 카본의 인공 화합물인 탄화규소를 소재로 제작한 웨이퍼다. 일반 실리콘 웨이퍼보다 내구성과 내열 성능이 뛰어나 차량 부품에 필수적인 안전성과 연료소비효율, 공간 활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실리콘 웨이퍼보다 에너지 효율이 20%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테슬라 등 국내외 전기차 업체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SiC웨이퍼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상태다.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SiC웨이퍼를 기반으로 제조되는 전기차 및 통신용 전력반도체 시장은 올해 13억 달러(약 1조5500억 원)에서 2025년 52억 달러(약 6조2000억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듀폰의 SiC웨이퍼 사업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양산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게 SK실트론 측의 설명이다. 미국 크리의 자회사 울프스피드, 일본의 쇼와덴코, 덴소, 스미토모화학 등 일부 업체들만이 자체 설계와 양산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소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데 소수 업체만 양산이 가능해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소재”라며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글로벌 소재 업체들 사이에서 부품 선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SKC의 동박 사업과 함께 SK그룹의 전기차 분야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실트론 관계자는 “일단 빠르게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이제는 미국 현지 연구개발(R&D)과 생산 시설을 강화해 경쟁력을 더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Silicon Carbide Wafer·SiC웨이퍼)란
실리카와 카본의 인공 화합물인 탄화규소를 소재로 제작한 웨이퍼. 일반 실리콘웨이퍼보다 내구성과 내열 성능이 뛰어나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전력용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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