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인 김모 양(14)은 유튜브를 보거나 친구들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 스마트폰을 손에서 거의 놓지 않는다. 식탁에서도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영상을 보느라 가족과의 대화는 뒷전이다. 밤 12시 넘게 게임을 하다가 그대로 잠드는 경우도 흔하다. 김 양은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져 수업에도 집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양처럼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호소하는 10대가 늘어나고 있다. 15일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 종합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9∼17세 아동·청소년의 5.8%가 스마트폰 과의존(중독) 고위험군으로, 27.9%는 잠재적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1년 전 조사 때는 고위험군은 3.6%, 잠재적 위험군은 26.7%였다. 1년 사이에 전체 위험군 비중이 3.4%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학업, 친구, 가족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이용 시간을 조절하지 못하는 중독 상태를 뜻한다.
소득 수준이 낮은 가정일수록 자녀가 스마트폰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하는 가구의 소득) 50% 미만인 저소득층의 자녀는 11.8%가 스마트폰 과의존 고위험군으로, 36.2%가 잠재적 위험군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위소득의 150% 이상인 가정의 자녀는 고위험군이 4.9%, 잠재적 위험군은 29.4%였다. 성별로는 남학생의 38.8%, 여학생의 28.1%가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독’ 증상이 뇌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증상이 심하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즉각적인 만족을 지연시키는 훈련이 되지 않은 아이들은 뇌의 전두엽이 덜 성숙해 성인이 돼서도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등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에선 정부가 나서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디톡스(해독)’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고등학교에선 자율적으로 휴대전화 사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최찬희 씨(43·여)는 “집에서 ‘폰 좀 그만해라’고 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학교에서 중독 예방 교육을 병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려면 너무 일찍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조용하게 하려고 유튜브 영상에 아이의 시선을 고정시켜 놓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부모가 편하기 위해 영유아를 스마트폰에 맡기는 것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 5월 발표한 어린이 스마트폰 사용 가이드라인에서 만 1세 어린이의 경우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되는 일을 최대한 피하고, 2∼4세 어린이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보는 시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뇌가 균형 있게 발달하려면 어릴 때 오감이 모두 자극돼야 하는데,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은 시각과 청각에만 의존하게 된다”며 “스마트폰을 접할 때부터 한 번에 15분, 하루에 1시간 이내로 사용하도록 부모의 사용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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