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7번째 범행이 있었던 경기 화성시 팔탄면의 주민 이모 씨(78·여)는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그때가 도대체 언제인데 이제야 잡혔느냐”면서도 “잘됐지. ‘그놈’ 잡아야지. (경찰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 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7번째 희생자인 안모 씨(당시 52세)와 인척관계다. 이 사건의 5, 7, 9번째 피해자 유류품에서 검출된 유전자(DNA)가 무기수로 수감 중인 이춘재(56)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 씨는 1988년 9월 7일 오후 8시 40분경 경기 수원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큰아들에게 김치를 갖다 주고 귀가하던 중에 변을 당했다. 이 씨는 “형님(안 씨)이 그렇게 되시고 나서 집안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동네 전체가 발칵 뒤집혔었다”며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서 형님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건 이후 안 씨 가족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 씨는 “그 댁 남편분은 그일 이후 매일같이 술을 드시다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9번째 범행의 희생자인 김모 양(당시 13세)이 다녔던 화성시 송산동의 한 중학교 교사들도 ‘이제라도 용의자 신원이 확인돼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학교의 A교사는 “우리 학교에선 그 사건에 대해 말하는 건 금기시됐다”며 “이제라도 범인이 잡혀서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아직 DNA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은 사건의 희생자 유족들도 유력한 용의자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1986년 12월 14일 정남면 관항리에서 발생한 4번째 범행의 희생자 이모 씨(당시 23세) 사촌오빠(73)는 “가족들이 사건을 가슴에 묻은 채 범인 검거에 대한 기대를 거의 접고 살았다”며 “우리 동생도 (DNA) 분석 결과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2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사촌오빠는 “작은어머니(이 씨의 어머니)는 생전에 ‘내가 살아 있을 때 그놈이 잡혀서 얼굴이라도 봐야 하는데’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다. 조금만 더 빨리 잡혔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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