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지난해 ‘헌법불합치’ 결정… 대상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 줘야
판사가 불허하면 보관도 못해… 연말까지 대체 법안 마련해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를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강력범죄자의 유전자(DNA)를 확보하는 조건이 내년부터 까다로워진다. 대상자의 의견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판사가 불허하면 보관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2010년 7월 시행된 DNA법에 따라 살인이나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수형자나 구속 피의자의 DNA를 채취해 보관하고 있다. 강력범죄자가 거부해도 요건에 맞으면 법원에서 채취영장을 받아 DNA를 강제로 채취한다. 1994년 강간살인죄로 검거돼 무기 복역 중인 이춘재도 당국이 2011년 10월 DNA를 채취해둔 덕에 지난달 9일 화성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채취영장 발부 과정에서 대상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지 않는 건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구속영장 발부 전 피의자 심문을 거치는 것처럼, DNA를 채취할 때도 대상자가 판사에게 구두나 서면으로 의견을 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올해 12월 31일까지 보완 입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당장 내년부터 범죄자 DNA 정보를 추가로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독일과 영국은 범죄자의 DNA를 채취할 때 대상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미국은 일부 주(州)에서 의견 진술 기회를 주지만 체포된 피의자는 절차를 건너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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