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8시경 조국 법무부 장관(54)의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파트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59)을 연호하는 시민 수십 명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오전 9시경 시작된 조 장관의 자택 압수수색을 마무리하며 나오는 검찰 수사팀에 성원을 보낸 것이다. 11시간 만에 압수수색을 끝낸 수사팀의 손엔 파란색 박스 2개가 들려 있었다. 수사팀은 자택의 PC 등에서 조 장관 일가에 제기된 의혹을 규명할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 장관 출근 30분 뒤 첫 법무장관 압수수색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23일 조 장관의 자택 주변에는 압수수색을 지켜보려는 주민, 내·외신 취재진, 시민단체·온라인 방송 관계자 등으로 하루 종일 북적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 수사관들은 아침부터 아파트 주차장에 ‘검찰 수사 차량’이라고 적힌 은색 스타렉스를 세워두고 대기했다. 조 장관이 오전 8시 30분경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자 오전 9시경 검사 1명과 수사관 6명이 조 장관 집을 찾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57)와 딸 조모 씨(28)는 압수수색 도중 계속 자택에 머물렀다. 조 장관 자택은 151.54m²(약 45평)여서 당초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은 1∼2시간 만에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자택 압수수색치고는 이례적으로 긴 11시간이나 걸렸다.
수사팀은 배달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하며 압수수색을 계속했다. 오후 2시 40분경 조 장관 자택으로 식사를 배달한 식당 관계자는 “중년 여성이 주문을 했다”면서 “거실에 중년 여성과 젊은 여성, 또 다른 남성이 있었는데 중년 여성은 눈이 안 좋은지 눈에 계속 손을 가져다 댔다”고 했다.
압수수색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던 것은 입회한 변호사가 꼼꼼하게 압수수색의 범위를 지적했고, 이 때문에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아야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 대상은 위치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어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선 법원에서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야 한다. 검찰은 정 교수 변호인 측과의 조율 끝에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검찰이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은 대부분 조 장관 자녀의 허위 입학서류 제출, 조 장관 부부의 증거인멸 관여 의혹에 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안팎의 관심도 컸다. 일본 아사히TV는 자택 앞에서 오후 1시 무렵 일본 현지에 생중계를 했다. 국내 취재진도 60여 명이 모여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현장을 찾아 검찰의 압수수색 현장을 중계했다. 오전 11시경 한 시민이 자택 앞에서 ‘국민 뜻 따라 사퇴가 정답’이란 플래카드를 펼치며 1인 시위를 해 이를 말리는 경비원과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내내 주민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현장을 지켜봤다. 한 주민은 “조 장관한테 왜 ‘님’자를 붙여야 하느냐”면서 “‘님’자를 붙여 부를 만한 사람이 아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또 다른 아파트 주민은 “정 교수는 사람 눈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최근에 정문이 아닌 후문 쪽으로 가는 걸 봤다”며 “떳떳하지 않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내내 현장을 지키는 주민도 10여 명에 이르렀다. 압수수색이 끝날 때 주민들은 60명에 이르렀다. 일부 주민은 기자와 유튜버들의 취재에 간섭하는 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취재를 방해하지 말라”면서 항의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6시 36분경 법무부 청사를 출발했지만 자택엔 관용차를 타고 오후 10시경 귀가했다. 외부에서 저녁 식사를 한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조 장관의 저녁 공식 일정은 없었다. 귀가하는 조 장관의 표정은 비교적 무덤덤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난 오후 8시 이후 대부분의 불이 꺼져 있던 자택에선 조 장관의 귀가 이후 불이 다시 켜졌다. 경찰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난 뒤 경찰 병력을 자택 주변에 배치했다. ○ 조국 아들 지원한 연세대 입학서류 사라져
검찰은 조 장관의 딸과 아들의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된 대학들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지난달 27일 전국 3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뒤 다섯 번째다. 대상은 조 장관 자녀들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발급받은 인턴증명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대학들이다. 야당에선 이 증명서들이 위조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조 장관의 아들이 현재 재학 중인 연세대 대학원에선 관련 입학 서류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 아들은 연세대 석사 과정 2018년 1학기 모집에 지원해 합격해 통상적인 보존기한(5년)이 아직 남아있다. 검찰은 연세대에서 벌인 9시간가량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시 면접 점수표 등 서류가 사라진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당시 대학원 입학 전형을 담당했던 교수에 대한 조사를 추진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증거인멸 가능성을 두고 이 서류들이 없어진 경위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은 조 장관의 아들이 법학전문대학원 입시 과정에서 인턴증명서를 낸 것으로 보이는 충북대 대학본부와 아주대도 압수수색했다. 또 조 장관의 딸이 인턴증명서를 입시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화여대의 입학처 역시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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