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56)가 30여 년 전 화성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23일 드러났다. 경찰은 이춘재의 신상을 공개해도 되는지를 두고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화성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이 이춘재를 조사한 적이 있다고 23일 밝혔다. 당시 이춘재는 본적 주소지인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1리(현 화성시 진안동)에 살고 있었다. 태안읍은 10건의 화성 사건 중 7건(모방범 소행으로 확인된 1건 포함)이 발생한 곳이다.
경찰에 따르면 화성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이춘재를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강간 및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춘재가 수사선상에 오른 건 1987년과 1988∼1990년, 1991년 총 3차례다. 하지만 경찰은 특별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8번째 사건에서 발견된 체모의 유전자(DNA)가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지 않고 △8번째 사건의 범인이 검거된 데다 △범행 현장 족적이 이춘재의 발 크기와 다른 점 등을 이유로 수사에서 배제했다.
23일 경찰은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를 면담하지 않고 수사 기록 검토에 집중했다. 280여 권의 책과 400여 개의 서류철로 이뤄진 화성 사건 수사기록이 총 15만 장 분량에 이를 만큼 방대한 데다 대부분 수기(手記)로 작성돼 있어 검토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화성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이춘재의 얼굴을 포함한 신상 공개를 놓고 관련 법률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의 중요미제사건전담수사팀 인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계기로 파묻혀 있던 미제 사건 피해자 유가족의 기대와 희망이 높아졌다”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미제수사팀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 12월 각 지방경찰청에 신설된 미제수사팀에선 현재 경찰관 73명이 268건의 살인사건을 비롯한 장기미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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