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일본의 합참의장이 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얼굴을 맞댔다.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내린 이후 3국의 군 최고수뇌부가 자리를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한기 합참의장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야마자키 고지(山崎幸二) 일본 통합막료장(합참의장격)은 이날 미 국방부 합참의장 집무실에서 3자 회동을 진행했다. 이들은 통역 외에 배석자 한두 명만 대동한 최소 인원으로 자리를 함께하는 대담 형식으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밀리 합참의장의 지난달 30일 취임식 직후 미국의 주선으로 성사된 이날 자리에서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3각 군사협력 방안, 안보 현안 등과 함께 특히 지소미아 관련된 내용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전날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존 루드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우리는 한국이 지소미아에 다시 전념하고 협정을 갱신할 것을 권장한다”며 한국의 파기 결정을 되돌릴 것을 촉구했다.
백악관과 국무부가 한일 갈등의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는 지소미아 이슈를 중심으로 한미일 3각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11월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한국, 일본과 3국 국방장관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도 이날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우리는 국방, 안보 관계를 정치적 긴장과 분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바닥이 어디에 있고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지 못하지만 우리가 함께 하도록 견인하는 아주 많은 것들을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5월 한국 방문 당시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자 정경두 국방장관이 자신을 비롯한 대표단을 사무실로 불러 “이것이 우리의 양자, 3자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라고 일본어로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고위당국자들은 한국과 미국의 이런 관계개선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비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신임 일본 외무상은 2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놓고 “한국은 국제 안보환경을 완전히 잘못 보고 있다”며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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