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증시폭락을 부른 미세먼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5일 03시 00분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피터 나바로의 책 제목이다. 이 문구는 가뭄이 든 브라질에 비가 내려 원두 공급량이 늘면 커피 값이 떨어져 스타벅스의 이익이 늘 것이라는 산업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날씨는 이전부터 증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돼 왔다. 2001년 미국의 허슐라이퍼 교수와 슘웨이 교수가 1982년부터 1997년까지 전 세계 26개국 증시를 대상으로 날씨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종일 해가 난 날의 주식수익률평균은 24.8%로 하루 종일 흐린 날의 평균수익률(8.7%)의 3배에 달했다. 날씨가 경영에 활용되며 얻는 영향력만큼이나 증시에서도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날씨 외에도 미세먼지가 새로운 투자 고려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2017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3, 4월호에 실린 앤서니 헤이스 캐나다 오타와대 경제학과 교수팀의 연구는 이제껏 어떤 자료에서도 밝히지 못한 미세먼지와 증시의 관계를 보여준다. 연구팀은 미국 S&P500지수 데이터와 월가 인근에 설치된 미국환경청(EPA) 측정기가 수집한 일일 대기환경 데이터를 토대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한 날 증시가 떨어진다는 연관성을 발견했다.

연구는 100일간의 증시 거래일을 표본으로 삼아 대기오염 정도에 따라 순서대로 정렬한 뒤 지수 등락을 비교했다. 결과는 25번째로 깨끗한 날의 지수 성적이 75번째로 깨끗했던 날보다 15% 높게 나와 대기오염 정도가 심할수록 증시가 하락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날씨와 증시에 이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대기오염과 증시의 관계가 수치로 증명된 것이다. 특히 S&P500지수뿐 아니라 뉴욕증권거래소(NYSE) 주요 지수와 나스닥지수를 두고 진행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연구 결과의 신빙성을 높였다.

연구팀은 미세먼지와 증시의 연관성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는 나쁜 공기에 노출된 사람들의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떨어진 인지능력이 합리적 투자 결정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나쁜 공기로 인해 우울한 두뇌활동이 이어지며 투자자가 위험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런 경향이 평균 수익률 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두 실험 결과를 종합해보면 결국 현명한 주식 투자를 위해서는 날씨에 이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요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증시 등락을 보다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증시 투자 기법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날씨 활용법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중요하다. 날씨의 경우 장기 예보를 활용해 계절 수혜주 등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고 있는데 미세먼지 역시 특성과 각종 예보 등을 활용해 폭락에 대비해야 한다. 더불어 새롭게 부상하는 ‘미세먼지 테마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미세먼지가 증시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날씨에 이어 미세먼지까지, 바야흐로 펀드매니저도 하늘을 봐야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미세먼지#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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