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부터 댄스보다 발라드 강세… 악동뮤지션-폴킴 등 신흥 강자
임창정-백지영 밀어내고 상위권… 경기 침체와 정치권 이슈 등 영향
곡 길이는 무려 4분 50초. 긴 전반부를 지탱하는 것은 느린 템포의 피아노와 통기타 반주뿐. 이쯤 되면 발라드 중에서도 ‘상(上)발라드’다. 1990년대 스타일에 가까울 정도.
최근 주요 음원차트 정상을 지키는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이야기다. 히트곡치고는 제목마저 매우 길다. 이 노래는 올해를 관통하는 발라드의 이상 고공 행진 경향을 가장 극적이고 극단적으로 보여 준다.
올여름 댄스곡의 약세와 발라드의 인기가 가을까지 넘어오면서 가요시장에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음원서비스 종합차트 최상위권에는 임재현, 폴킴, 마크툽, 박혜원, 케이시 등 최근 1, 2년 새 떠오른 신흥 발라드 강자들이 줄을 서며 공고한 벽을 형성했다. 발라드계의 스테디셀러인 임창정, 백지영마저 각각 9월과 10월, 야심 차게 새 앨범을 냈지만 차트 상위권에서 튕겨 나갔을 정도다.
신흥 발라드는 편곡에서는 복잡한 전자음보다 통기타나 피아노가 담백하게 주도하고 가사에서는 이별을 돌아보는 절절한 곡이 대부분. 전통적 가요 발라드에 가깝다.
가을은 발라드 텃밭이 아니었다. 지난해 이맘때는 선미의 ‘사이렌’, 숀의 ‘Way Back Home’, 방탄소년단의 ‘IDOL’, 블랙핑크의 ‘DDU-DU DDU-DU’, 레드벨벳의 ‘Power Up’이 10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2016년과 2017년에도 젝스키스, 방탄소년단, 레드벨벳, 인피니트, 마마무가 최상위권에서 경쟁했다.
업계에서도 여름에서 가을까지 이어지는 발라드의 장기간 점령 현상이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 음원서비스 관계자는 “차트는 사회 분위기를 많이 탄다. 근래 경기 침체와 정치권 논란 등 부정적 이슈가 여럿 겹치면서 대중이 댄스곡보다는 발라드에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요즘 차트 분위기는 댄스곡이 실종됐던 2014년 세월호 때를 방불케 할 정도”라고 했다.
TV 음악예능 프로그램의 부진도 한몫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7월 발간한 ‘2018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음악 관련 정보 취득 경로’로 설문 응답자의 42.4%(복수 응답)가 TV를 꼽았다. 그러나 올해는 ‘프로듀스X101’의 순위 조작 논란까지 나오며 영향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9월 1일 종영한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실린 발라드들만이 차트에서 아직 맹위를 떨치고 있다.
13일에는 음원 강자 헤이즈가 새 앨범을 낸다. 헤이즈 측 관계자는 “타이틀곡은 R&B 발라드풍”이라고 귀띔했다. 태연, 아이유도 컴백할 것으로 보여 발라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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