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동학원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조씨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해 법원은 이에 따라 심문 결정을 취소하고 서면심사를 통해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했다. 2019.10.9/뉴스1 © News1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학원(웅동중학교) 2019.8.27/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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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일가가 운영한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법원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독립된 헌법기관인 법관의 법률적 판단에 대한 비판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조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1월에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사법부 수장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결정을 내린 바 있어 영장을 둘러싼 정치권과 일부 여론의 비난을 두고 판사들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꼬집으며 매우 부적절하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9일 새벽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장관의 동생 조모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조씨가 받는 혐의 가운데 ‘배임’의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미 이뤄져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봤고, 조씨가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도 기각사유로 들었다.
영장이 기각되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포기하면 100% 구속영장이 발부됐는데 조국 동생이 유일한 예외가 됐다”며 “영장을 기각한 판사의 이해 못할 행정이 논란이 되면서 법원이 스스로 사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야권을 중심으로 조 장관 동생 영장 기각에 대해 날선 비판을 내놓고 있다.
영장 기각과, 이에 따른 법원을 향한 비난에 대해 판사들은 어떤 생각일까. 뉴스1이 취재한 판사들 대부분은 영장 발부·기각 결과에 따라 판사를 비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한 부장판사는 “영장 청구시부터 이런 비난은 이미 예상됐다”며 “명 부장판사가 대법관들 자택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을 때는 검찰 출신이라 검찰에 유리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가 오래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조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을 기각을 했다고 비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고법판사는 “자기네 편이면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고 상대방은 다 잡아 넣어야 한다는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법을 원칙에 따라 적용해 결정을 한 판사들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비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요즘 너무 모든 사안에 대해 진영 논리에 맞춰 판단을 하는 게 다 싫어 뉴스에 관심을 아예 안 갖고 있다”며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도 다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웅동학원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 조씨에게 돈을 전달한 종범 2명은 앞서 잇따라 구속됐으나 주범격인 조씨는 불구속으로 풀려난 상황에 대한 형평성 논란에 대해 판사들은 “법 감정에는 맞지 않지만 기각이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영장전담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의 기준은 범죄 혐의나 실형 사안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도주의 우려나 증거인멸이 기준”이라며 “종범이 구속됐더라도 주범의 구속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기각 자체가 무리한 결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만약 재판에서 돈을 준 사람이 돈을 받은 사람보다 형이 더 가볍게 나왔다면 납득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구속 여부는 형사소송법이 세운 기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범이 구속됐는데 주범이 구속되지 않았다는 것을 위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장실질심사 심문을 포기한 조씨의 영장이 기각된 것이 다른 사례와 비교해 이례적이라 불공정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판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영장전담 경험이 있는 부장판사는 “실질심사를 포기한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어차피 구속이 너무나 명백해 안 나가는 경우인데 조 장관 동생 사건은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서류가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어 피의자가 유리한 사안을 말하라는 게 영장실질심사 제도의 취지”라며 “검찰 기록에 충분히 유리한 사정들이 나와있다면 실질심사에 불출석하더라도 영장은 기각될 수도 있다. 불출석했는데 왜 영장이 기각됐냐고 비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15~2017년 3년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한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100% 영장이 발부됐다. 그러나 대법원에 따르면 2018년 전국법원에서 불출석한 피의자에 대한 영장이 발부된 건은 38건이고 기각된 건은 5건, 2019년 9월까지 전국법원에서 발부된 건은 35건, 기각된 건은 4건이다.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2·사법연수원 14기)가 조 장관 동생에 대한 영장 청구 기각에 “법원 스스로 법원에 오점을 찍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판사들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본인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재직한 2004년, 여택수 당시 청와대 부속실장 직무대리가 롯데쇼핑 사장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영장 심사를 받았을 때 법원행정처 고위법관이 자신에게 강하게 기각을 요구했다고 했다.
한 고법판사는 “이 교수 경험처럼 옛날에는 행정처에서 압박을 했는지 몰라도 요즘 법원에서 그런 짓을 했다가는 큰일난다”며 “자기가 그랬으니 그랬으니 지금도 그런 게 반드시 있을 거라고 판단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윗선에서 판사에게 재판을 갖고 왈가왈부 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며 “추측만으로 판사의 결정을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영장 기각 논란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개별 재판에 대해 뭐라고 따로 말씀드릴 수 없다”며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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