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명 사망·실종…“이런 재난은 처음” 하기비스 강타한 日 현장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4일 20시 32분


14일 오후 찾은 일본 도쿄 북동쪽 도치기현 사노(佐野)시는 말 그대로 ‘진흙 마을’이었다.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등 주요 상점마다 진흙이 들어찼다. 중고 자동차 매장의 자동차 수십 대도 진흙으로 뒤덮였다. 매장 직원들은 바지를 걷은 채 연신 흙을 퍼날랐다. 음식점 주인 미야케 유야 씨는 “태풍이 몰아닥친 날 가슴까지 물이 차올라 동네가 바다 속 같았다. 뒤처리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12, 13일 일본을 강타한 태풍 하기비스로 사노시가 포함된 도치기현에서는 강 5개가 범람하며 4명이 숨졌다. 아키야마(秋山)강이 범람한 것이 주 원인이다. NHK에 따르면 빗물로 강물이 불어났고 물살을 이기지 못해 제방이 무너지면서 마을을 덮쳤다. 무너진 제방은 최소 10m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1500채 이상의 가옥이 침수됐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포크레인 등을 동원해 복구 작업을 하던 효도 신고 씨는 집 안에 들어찬 흙, 진흙 속에 빠져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를 보며 망연자실했다. 그는 “둑이 무너져 물이 불어났을 때 살기 위해 아내와 함께 자녀 2명을 안고 무작정 대피소로 향했다. 이런 재난은 처음”이라고 했다.

NHK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사망자는 14일 오후 8시 현재 56명으로 늘었다. 후쿠시마현(16명), 미야기현(10명) 등 동북 지역이 가장 많았다. 가나가와현(5명), 도치기현(4명) 등 이 뒤를 이었다. 15명이 실종 상태인 데다 아직 정확한 피해 집계가 끝나지 않아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성은 이날 “21개 하천에서 제방이 24군데 무너졌고 142개 하천에서 범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재민들은 정전과 단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14일 오후 3시 현재 정전 가옥이 총 7만8000채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지난 달 15호 태풍 ‘파사이’로 큰 피해를 입은 지바현에서만 정전 가옥이 3만1000채에 달한다. 도쿄전력은 “16일까지 90%를 복구하겠다”고 밝혔지만 14일에도 수도권과 도호쿠 지역에 비가 내렸다. 강 수위가 높아지고 토사가 추가로 무너질 가능성도 커 복구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노=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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