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美대사, 본보 인터뷰 통해 美정부 방위비 협상 속내 드러내
정부 ‘중간 어디쯤’ 의미파악 나서… ‘지소미아 파기 실수’ 지적에 긴장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9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미동맹 이슈에 대해 특유의 돌직구를 던지면서 정부는 그 의미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북-미 비핵화 협상, 그리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거침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우선 해리스 대사가 인터뷰에서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연내 타결’과 ‘중간 지점의 (인상액) 절충안’의 두 가지 입장을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 정부는 이달에 시작될 2차 협상을 앞둔 사전 포석으로 보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인터뷰에서 “협상이 시작되면 (미국이 요구하는 최대치와 한국 측 입장의) 중간 어디쯤에서 절충안으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가겠지’라고 기대하는 것은 나쁜 전략”이라고 말했다. 제10차 협정에 따르면 제11차 협정이 올해 타결되지 못하면 ‘양측 합의하의 10차 협정 연장’이 가능한데 이런 ‘추가 연장’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내년도 분담금 대폭 인상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일단 이번에 기존 협정을 연장하는 방안이 한국에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해리스 대사가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해리스 대사가 ‘중간 어디쯤의 절충안’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우선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요구한 만큼 대사가 벌써부터 절충안을 꺼냈다고 볼 수는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현재 (10억 달러가량을 내는) 한국이 전체 비용의 5분의 1만 감당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해리스 대사가 인상 기조를 재확인한 것에 일단 방점이 찍혀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50억 달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단 더 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합리적인 수준의 분담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해리스 대사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를 두고 특히 ‘실수(mistake)’라는 이례적인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청와대는 배경 파악에 분주하다. 22일 일왕 즉위식을 맞아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날 수도 있는 민감한 시점에, 한국이 지소미아에 복귀해야 한다고 압박을 넣는 것은 정부의 대일 레버리지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해리스 대사가 인터뷰에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대해 “북한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미국이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강도 높게 비난한 것도 사뭇 이례적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협상 결렬 2주 내로 스웨덴에서 북-미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가능성이 더 희박해진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주한 미국대사의 대북 입장 표명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인도태평양사령관까지 지낸 군인 출신 해리스 대사가 강경파 본색을 제대로 드러냈다고 봐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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