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타깃 캐릭터 펭수는 어떻게 ‘2030의 뽀로로’가 되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6일 03시 00분


EBS1-유튜브서 절정의 인기

2030세대에게 인기있는 EBS의 캐릭터 ‘펭수’. 펭수의 콘텐츠를 담은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의 구독자는 15일 기준 16만 명을 돌파했다. EBS 제공
2030세대에게 인기있는 EBS의 캐릭터 ‘펭수’. 펭수의 콘텐츠를 담은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의 구독자는 15일 기준 16만 명을 돌파했다. EBS 제공
“펭수는 2030의 뽀로로다.”

뽀로로가 영유아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펭수는 20, 30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펭수는 EBS가 4월부터 EBS1채널과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에서 선보인 키 210cm의 펭귄 캐릭터다.

기획 당시 펭수는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제작됐다. 크리에이터 꿈을 가진 펭수가 초등학생의 눈높이에서 트렌드, 고민 등을 공유하는 것이 기획 의도였다. 편성 시간도 초등학생들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 ‘톡!톡! 보니하니’의 10분짜리 코너인 ‘자이언트 펭 TV’로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펭수의 진가는 20, 30대 사이에서 발휘됐다. 펭수가 초등학교를 찾아간 동영상이 올라오면 ‘우리 회사에도 와 달라’는 댓글이 빗발치고, ‘펭수 때문에 고3 수험생 때도 안 본 EBS 채널을 퇴근길에 챙겨본다’ ‘30대 동년배들 상당수가 펭수 팬’이란 반응이 이어진다.

20, 30대가 펭수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자이언트 펭 TV’를 연출한 이슬예나 PD는 “직장 생활에 지친 20, 30대 사회 초년병들이 펭수의 돌직구 발언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펭수의 말과 행동에는 거침이 없다. 스스로 EBS 연습생 신분임을 자처하지만 EBS 김명중 사장 이름을 시도 때도 없이 언급한다거나 “못해먹겠다. EBS에서 잘리면 KBS에 가겠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펭수의 이직 선언(?)이 화제가 되자 KBS 공식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언제든 오라”며 러브콜을 보냈고,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은 펭수를 게스트로 출연시키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꼰대 문화에 반기를 든 젊은 세대들에게 펭수의 말과 행동은 통쾌함 그 자체”라며 “특히 주로 교육 콘텐츠를 내놓는 EBS에서 반항적인 캐릭터를 내놓은 것도 반전의 재미를 줬다”고 분석했다.

펭수를 향한 20, 30대의 사랑은 EBS의 편성표까지 움직였다. EBS가 최근 가을 개편을 통해 ‘자이언트 펭 TV’를 ‘톡!톡! 보니하니’에서 떼어내 금요일 오후 8시 30분부터 20분간 독립시켰다.

아직 이름도, 얼굴도 비밀에 부쳐진 펭수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주변에서 뽀로로 선배와 비교를 많이 해요. 근데 전 신경 쓰지 않아요. 제가 뛰어넘어야 할 건 저 자신이니까요. 그리고 김명중 사장님은 제가 이름을 언급하는 걸 은근 재밌어 하시는 거 같아요. 하하.”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bs#펭수#자이언트 펭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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