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5G 핵심 보안기술’ 양자암호통신망 사업 잇단 결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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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00억에 인수한 자회사 IDQ… EU 양자고속도로 최대 납품사로
美 뉴욕-뉴저지 통신망도 9월 구축… 정보 암호화해 해킹 원천적 차단
자율주행차 등 시장규모 급증 기대

17일(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 회관에서 그레구아르 리보르디 IDQ 최고경영자(CEO)가 유럽과 미국에서 양자암호통신망 사업을 수주한 SK텔레콤의 자회사 IDQ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17일(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 회관에서 그레구아르 리보르디 IDQ 최고경영자(CEO)가 유럽과 미국에서 양자암호통신망 사업을 수주한 SK텔레콤의 자회사 IDQ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유럽과 미국에서 대규모 양자암호통신망 사업을 수주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7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기업인 스위스 IDQ가 미국의 금융망에 양자키분배기(QKD)를 납품한 데 이어 유럽연합(EU)의 양자암호 시험망 구축사업에 최대 공급사로 참여하게 됐다. SK텔레콤이 2011년 사내에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양자암호통신을 일찌감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점찍은 지 8년 만의 쾌거다.

양자암호통신은 ‘현존하는 최고 보안기술’로 꼽힌다. 정해진 모양의 열쇠(암호 키)를 사용하는 기존 통신보안 방식과는 달리 빛 알갱이 입자인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송신자와 수신자가 매번 다른 암호 키를 이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해킹을 막고, 설령 중간에 누군가 데이터를 가로채더라도 이를 바로 확인해 대처가 가능하다.

구글과 IBM, 인텔,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만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도래하면서 네트워크 보안을 높이기 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 유럽에 약 1400km ‘양자고속도로’ 구축

17일(현지 시간) 그레구아르 리보르디 IDQ 최고경영자(CEO)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IDQ는 시험망에 QKD를 설치하는 EU의 200억 원 규모의 ‘오픈 QKD’ 사업에 1위 공급사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EU의 이번 사업은 이른바 ‘양자고속도로’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유럽 내에 설치하는 전체 30개 시험망 구간(1구간에 보통 100km) 중 독일 베를린과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빈 등 주요국 도시를 포함한 14개 구간을 IDQ가 책임지게 된다. 일본 도시바(6개 구간)보다 책임지는 구간이 두 배 이상 많다.

QKD는 양자암호통신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핵심 기술이다. 송·수신자가 양자를 주고받을 때 제3자가 끼어들면 양자에 담긴 정보가 바뀐다는 점을 이용해 해킹할 수 없는 암호 키를 만들어 통신하는 기술이다. EU는 지난해 ‘퀀텀플래그십(양자대표기구)’을 발족하며 양자산업 육성을 위해 2028년까지 총 1조3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포문을 여는 첫 사업이 오픈 QKD이다. IDQ는 정확한 수주 금액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리보르디 CEO는 “2007년 스위스 제네바 선거 당시 개표소 등에 QKD를 설치하며 양자암호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록을 남긴 IDQ는 이번에 QKD 납품업체로는 최대 사업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 금융정보·자율주행차 보호용으로도 쓰인다

이날 IDQ는 양자통신 전문기업인 퀀텀엑스체인지와 함께 미국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양자암호 통신망도 지난달에 구축했다고 밝혔다. 뉴욕 월가의 금융정보를 지키기 위한 미국 최초의 양자암호통신망이다. 내년에는 이를 워싱턴과 보스턴을 아우르는 800km 망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곽승환 IDQ 부사장은 “11월에는 인기 관광지인 괌에도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할 예정이다”며 “이는 그동안 실험실 이론에 머물던 양자이론이 본격적으로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신호탄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암호 시장은 2018년 1억 달러(약 1200억 원)에서 2023년 5억 달러(약 6000억 원)로 연평균 4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IDQ는 통신망에 장착하는 QKD와 함께 스마트폰 등의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이 자율주행차와 스마트폰 등에 활발히 도입되면 그 시장 규모는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사용자의 기기에 저장된 정보를 패턴을 파악할 수 없는 난수(무작위 수·random number)로 암호화해 해킹 가능성을 차단하는 QRNG는 3월 SK텔레콤의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세계 최초로 적용된 바 있다. 곽 부사장은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도록 QRNG 라인업을 확대했다”며 “양자암호통신 핵심 기술인 QKD와 QRNG 등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면 반도체에 이어 한국의 국보급 기술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 양자암호통신 ::

양자역학에 기반해 정보를 난수(순서 없는 무작위 수)로 암호화한 뒤 빛 알갱이(광자)에 실어 보내는 보안 기술이다. 제3자가 중간에 정보를 가로채려 하면 양자(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의 특성을 활용해 탈취 시도가 없던 양자 정보만으로 암호키를 만들어 송·수신자에게 나눠준다. 결과적으로 그 암호키를 받은 송·수신자만 암호화된 정보를 해독할 수 있다.

헬싱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sk텔레콤#양자암호통신망 사업#양자고속도로#i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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