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온라인 뷰티용품 판매회사인 ‘뷰토노미’는 최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구독자를 가진 사람)들과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다. 인플루언서들이 각각 자신만의 메이크업 팔레트를 만들어 포스트를 통해 홍보한 뒤에 해당 제품의 매출액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이 회사는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포기했다.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실제보다 과대 평가됐다는 ‘인플루언서 거품 논란’을 보여주는 사례다.
● 10조 원 육박하는 ‘인플루언서 경제’
미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속임수로 얼룩진 인플루언서 경제에서 상품을 소개하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지불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회사인 미디어킥스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들이 2019년 인플루언서들에게 지출한 금액은 41억~82억 달러(약 4조8380억~9조6760억 원)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가 2015년(5억 달러)의 10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기업들이 인플루언서들에게 지불하는 금액도 2017년 이후 매년 약 50% 증가하고 있다. 약 1억650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미국의 유명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측은 의류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인스타그램 포스트 하나의 시장 가치가 (달러 기준) 6자리 숫자”라고 주장했다. 포스트 1건당 억대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반면 이들의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인플루언서들이 광고 후원을 받고 몰래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한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인플루언서DB에 따르면 올해 소셜미디어 포스트의 ‘관여율(팔로워들이 ’좋아요‘를 누른 비율)’은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 1조 ‘인플루언서 거품’에 ‘脫인플루언서’ 움직임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영향력을 부풀리려고 ‘클릭 농장’이라고 불리는 마케팅회사에서 가짜 팔로워 계정을 구입한다. 유튜브 가짜 팔로워 1000개가 최소 49달러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팅분석회사 하이프오디터가 184만 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팔로워 수를 부풀리기 위해 속임수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월 할리우드 배우, 스포츠 스타, 마케팅 전문가 등 약 20만 명에게 돈을 받고 팔로워를 만들어 준 클릭농장인 ‘더부미(Devumi)’의 활동을 폭로했다. 로버트 카바조스 볼티모어대 교수(통계학)는 인플루언서의 사기로 광고주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올해 13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기업들의 눈도 싸늘해지고 있다. 2011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개척한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 입시(Ipsy)는 인플루언서 대신 실제 제품을 이용하는 ‘진짜 고객’을 이용한 ‘진정성 마케팅’으로 전환했다. 미국의 의류 회사인 바나나리퍼블릭도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의 옷을 입고 소셜미디어에 게시물을 올리면 상품권을 주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일부 광고회사는 기업들이 자체 소셜미디어에 사진 영상 등을 올릴 수 있도록 콘텐츠 제작자를 연결해주고 있다. 브룩스 브라더스 등을 의류 브랜드를 보유한 디코닉의 마테오 델 베키오 최고경영자(CEO)는 WSJ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셜미디어) 포스트에 지불하는 금액을 줄이고 있다”며 “얼마나 매출로 이어지는가를 계량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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