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나 음료를 담을 때 사용되는 페트(PET)병. 가볍고 뛰어난 탄력 및 복원력으로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페트병 생산량은 2014년 22만4754t에서 2017년 28만6325t으로 3년 동안 27% 늘었지만 재활용률은 80%대에 그치고 있다.
최근 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 원단 확보에 애쓰는 패션 기업이 늘고 있다. 페트병을 모아 세척한 뒤 녹여서 원사나 원단을 뽑아내는 자체 기술이 없다 보니 이러한 기술력을 확보한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의류를 구매하는 소비자인 ‘에코 슈머’를 겨냥하고 환경 보전에도 동참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노스페이스가 페트병을 재활용한 의류를 적극 선보이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지난달 ‘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출시하며 500mL 페트병 약 370만 개를 재활용했다고 밝혔다. 플리스(폴리에스터 표면을 양털 같은 느낌으로 가공한 보온 원단) 한 벌을 만들기 위해 500mL 페트병을 최대 50개 재사용했다. 노스페이스는 대표 제품인 ‘씽크 그린 플리스 재킷’을 100% 재활용 원단으로 만들었고 지퍼까지도 사탕수수에서 뽑아낸 원료로 제작했다.
LF의 브랜드 헤지스도 페트병을 재활용한 트렌치코트와 패딩을 지난달 출시했다. 트렌치코트 한 벌을 만들기 위해 1.5L 페트병 약 30개에서 뽑아낸 원단을 사용했다. 경량 패딩을 제작할 때도 1.5L 페트병 약 3개를 재활용했다. 블랙야크의 브랜드 나우도 한 벌당 83개의 페트병을 재활용한 플리스를 판매 중이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의류의 원가는 일반 의류보다 평균 15%가량 비싼 편이다. 페트병에서 원사를 뽑아낼 수 있는 업체들이 몇 안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는 효성밖에 없고 대부분의 패션 기업이 대만 난야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대량생산이 어렵고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국내 친환경 패션 시장이 빠르게 커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나이키, H&M 등이 내년까지 친환경 섬유 사용 비중을 100%로 늘리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친환경 패션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미국 친환경 의류시장은 최근 10년간 300% 성장해 규모가 50억 달러에 달한다. 국내 친환경 패션 시장은 별도로 시장 규모를 집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페트병을 비롯해 폐어망, 헌옷 등을 활용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은 페트병 및 어망 등을 재활용한 패딩을 내년 1월 출시할 계획이다. 코오롱FnC의 래코드는 재고 의류를 재활용해 만드는 패션 브랜드로 최근 파리 런던 등에서 패션쇼를 진행했다. 이랜드는 자체 섬유연구소에서 페트병 활용 원단을 개발한 상태로 향후 완제품 제작에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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