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 속 핫플]‘아모레 성수’의 ‘성수가든’
중정에 자리잡은 231m² 공간… 쪽동백-노각나무 등 자생식물 가득
바닥엔 푸른이끼, 숲속 정경 그대로 정원 만든 ‘더가든’ 김봉찬 대표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처에 역점”
‘건물을 짓고 남은 자리에 정원을 꾸미는 게 아니라 원래 있었던 자연에 건물이 앉혀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서울 성동구에 10일 문을 연 ‘아모레 성수’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서울의 브루클린 ‘성수’에 있어서도, 오래된 자동차 정비소를 리모델링한 ‘인스타 성지’여서도 아니다. ‘힙스터’는 물론이고 건축가도 주목하는 공간은 중정에 자리 잡은 231m²(약 70평) 넓이의 ‘성수가든’이다. 쓰고 남은 여백을 채우거나 건축물을 보조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정원의 반전은 뭘까?
“개구리가 밤새도록 울어대는 공원. 도시에서 쫓겨난 생명이 돌아오는 공간. 그런 곳이 저의 꿈입니다.”
성수가든을 만든 ‘더가든’의 김봉찬 대표(54·사진)가 말했다. 그의 말처럼 성수가든은 공간에 식물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서식처’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쪽동백, 노각나무, 꼬랑사초, 나도히초미 등 자생식물이 공존하고, 바닥에는 푸른 이끼가 덮여 숲을 그대로 옮겨온 풍경이다. 녹색, 갈색, 회색의 그러데이션은 인위성 없는 자연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아모레 성수’에는 뷰티 체험 공간과 카페가 들어섰다. 디귿(ㄷ)자 형태의 건축이 중정을 감싸안고, 통유리창을 통해 정원을 사방에서 감상할 수 있다. 따뜻한 날엔 창을 열어 두어서 스프링클러의 물이 뿜어질 때 풀내음이 솔솔 들어온다. 정원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으니, 이 공간의 주인공은 정원이다.
이처럼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식물의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생태정원’이다. 생태정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김 대표는 대학에서 생태학을 공부하고, 제주 여미지식물원에 근무하며 식물의 생태를 익혔다. 제주 토박이로 다양한 식생을 접했고 40대 때까지 자연에 심취해 한국의 산, 도서 지방, 압록강 두만강 유역 등을 답사했다. 1990년대에는 해외 잡지를 보며 독학으로 조경 기술을 익혔고, 고산식물을 위한 암석원 조성 기법을 개발해 ‘평강식물원’에 적용했다.
김 대표는 그간 국내의 정원에서 다양한 식물의 어우러짐을 보기 힘들었던 것은 국내 조경의 기준이 ‘잘 견디는 식물’에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성수가든 속 식물 대다수는 기존 조경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더 가든’에서 직접 기른 것들이다.
“국내에서는 안 좋은 조건에서 잘 견디는 식물, ‘하자’가 나지 않는 식물을 선호해 왔어요. 그런데 사실 모든 식물은 ‘하자’가 없습니다. 단지 잘못 다루거나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거죠. 낯선 서식처에서도 식물이 잘 살게 해주는 것이 정원의 기술입니다.”
미국 뉴욕의 명소 ‘하이라인파크’도 도시의 악조건에서 식물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준 것이 핵심인데, 국내에서는 겉모습만 가져오려 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그 기저의 원인은 연구와 기술 개발 등 ‘기초 체력’ 부족이다.
“식물원은 기본적으로 사진 찍는 곳이 아니라 식물 생태 연구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해요. 뉴욕 식물원은 약초를 연구하려 아마존에도 베이스캠프를 두고 있죠.”
생태정원도 감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도시 속 생명 공존 방법으로 봐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신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인간이 멸종위기종 1순위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생명과 공존하는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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