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비밀요원, ‘알 바그다디’ 신원 확인 DNA 정보 제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9일 16시 35분


미국이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르크 알 바그다디의 신원 확인에 사용한 유전자(DNA) 정보는 시리아 쿠르드족 비밀요원이 몰래 가져온 그의 속옷에서 획득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29일 보도했다.

시리아민주군(SDF) 폴랏 칸 수석고문은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케일라 뮬러’ 작전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바그다디와 접촉이 가능했던 우리 정보원이 그의 속옷을 가져왔다. 덕분에 DNA 대조 결과 (숨진 사람이) 바그다디였다는 사실을 100% 확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즐룸 코바니 압디 총사령관도 미 NBC방송에 “바그다디가 사용했던 속옷과 혈액 샘플을 미국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미군은 바그다디가 폭사한 뒤 미리 준비해 간 그의 DNA 샘플과 대조해 숨진 사람의 신원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전자 샘플을 입수한 경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칸 고문은 바그다디 추적 작전이 5개월 전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5월 15일부터 미 중앙정보국(CIA)과 협력해 바그다디를 추적하고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바그다디가 거주 장소를 매우 자주 바꿨다. 그가 공습 작전 전에 바리샤(사망 장소)를 떠날 것에 대비한 ‘플랜B’까지 마련해뒀다”고 했다. 사실상 작전 대부분을 미국이 아닌 SDF가 도맡았다고 자랑한 것이다. 그는 작전이 한 달 전 승인됐지만 미국의 시리아 철군으로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해 일정이 지연됐다고 밝히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SDF가 작전 과정을 상세히 밝힌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족이 유용한 정보를 줬다”면서도 “외국의 도움은 아주 적었다. 군사적 역할도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으로 쿠르드족에게 낸 상처 위에 모욕까지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미군의 이슬람국가(IS) 수괴 참수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군견의 모습. <출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 뉴스1
미군의 이슬람국가(IS) 수괴 참수작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군견의 모습. <출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 뉴스1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바그다디를 끝까지 추적하다 부상당한 군견 사진을 공개했다.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이 군견이 부상에서 회복중이라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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