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주도 RCEP 타결에…美국무부,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최초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5일 17시 18분


中주도 RCEP 타결에…美국무부,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최초 공개미 국부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전반을 다룬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 미 국무부 제공=뉴스1
中주도 RCEP 타결에…美국무부,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최초 공개미 국부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전반을 다룬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 미 국무부 제공=뉴스1
미국 국무부가 4일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하게 담긴 인도태평양 관련 보고서를 최초로 공개했다. 6월 국방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군사 전략에 관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외교 주무부처인 국무부 차원의 보고서는 처음이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란 제목의 30쪽 짜리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무부는 한국을 호주, 일본에 이어 세 번째 역내 협력 국가로 거론했다. 또 이 세 나라와 함께 대응해야 할 위협으로 중국의 악성 사이버공격, 역내 항행 제한, 해양 안보, 환경 문제 등을 거론하며 강한 중국 견제 의도를 드러냈다.

총론에서 세 번째로 언급된 한국은 각국과의 구체적 협력 내용을 소개하는 단락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등장했다. 국무부는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신(新)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연결, 북핵 확산에 대한 공동 대응, 대북제재 이행 협력 등을 언급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악성 사이버 공격도 우려한다고 지목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어놓은 9개의 선인 ‘구단선(nine-dash line)’에 대해 “근거 없고 불법적이며 비합리적”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런 중국의 항행 자유 침해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이 2조5000억 달러(약 2900조 원)에 이르는 (해양) 에너지 자원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한 역내 불안정성 및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서두 인사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에서의 미국 관여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 왔다. 미국은 이 지역에 대한 깊은 관여 및 번영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들은 자유롭고 개방된 지역의 질서를 보호하는 데 최전선에 있다. 모든 국가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뒷받침하는 규칙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 책임을 진다”며 거듭 중국에 날을 세웠다.

보고서의 공개 시점도 주목할 만 하다. 국무부는 이날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된 직후 보고서를 내놨다. 무역전쟁의 당사자인 중국이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주요 국가를 끌어들여 경제 영토 확장에 나서려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은 협박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아세안 국가들의 해양자원 이용을 막으려 한다. 아세안 국가들은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국무부는 이 보고서에서 중국 주도의 RCEP에 아직 동참하지 않은 인도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명명하며 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태국 방콕에서 호주, 일본, 인도와 함께 4개국 고위급 회담도 가졌다. 이미 중국에 대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는 인도는 RECP 가입 시 이 적자가 더욱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상품이 물밀 듯 몰려오면 인도 제조업 분야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외에도 2억6000만 명에 달하는 인도 농민 인구들은 농산물 시장에서 호주 및 뉴질랜드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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