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지출 계획 올해 마무리… 투자가치 두고 내부 토론 치열
대전-세종센터 590억 들인 SK… 계열사별 입장 첨예하게 갈려
LG-현대차도 고민 깊어가… 정권 바뀌면서 관심 크게 줄어
일각 “사실상 눈치보기 하는것”
지난달 말 SK그룹 내부에선 대전·세종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방안을 두고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다. 올해 말을 끝으로 혁신센터 설립 초반인 2014년에 세웠던 ‘투자 및 운영 계획’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혁신센터 운영에 대한 ‘단계적 철수’와 ‘추가 투자’를 두고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혁신센터 운영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혁신센터는 2014년부터 주요 기업이 참여해 전국 17개 시도에 설립된 지역 중심의 스타트업 지원 공간이다. 기업들 상당수가 올해를 끝으로 2014, 2015년 세웠던 예산 지출 계획이 마무리돼 재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해마다 많게는 수십억 원씩 들인 혁신센터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투자 가치’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의 경우 2014년부터 올해까지 대전·세종 혁신센터에 총 59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조성 및 인프라 구축 비용, 홍보·교육·인건비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정기적으로 개최한 벤처·스타트업 관련 포럼 등 여러 행사에도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다. 이 비용은 SK그룹 계열사들이 분담했고, 태양광 스마트농장 등 계열사 핵심 사업과 연관되는 투자의 경우 계열사가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SK 내부에서는 2022년까지 완전 철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SK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 등 각 계열사들이 개별적으로 신사업 유치 관련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혁신센터 필요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 LG그룹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내년 1월 전까지 새 운영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이들 모두 다른 혁신센터의 인력 및 지원 규모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다음 달 충북 혁신센터의 운영 계획이 종료되는 LG그룹은 연평균 11억 원씩 혁신센터 운영비를 지원해왔다. 중소벤처기업 발굴 육성을 위한 투자 및 금융지원 관련 펀드에 5년 동안 300억 원을 투자했다. LG그룹 측은 “내년 이후 지원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혁신센터를 통해 연간 10개 안팎의 벤처·스타트업 업체를 지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도 아직 내년 운영 방안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광주 혁신센터 출신의 한 창업자는 “혁신센터가 자동차 및 수소 연료 분야의 지역 창업가 지원을 목표로 출범했지만 이후 현대차그룹이 직접 스타트업 발굴, 육성 사업을 챙기는 구조가 구축돼 주목도가 확실히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창조혁신센터의 운영 방식이 이번 정부에서 달라지기도 했다. 지난해 2월 문재인 정부는 개방성 다양성 자율성을 3대 원칙으로 한 ‘창조경제혁신센터 세부 운영 방안’을 새로 발표하며 대기업이 혁신센터를 전담해 운영하는 기존 방식을 지역 중견기업, 대학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의 판로 개척을 위한 대기업의 네트워크 지원 등은 여전히 요구되면서도 센터별 전담기업의 역할이 애매한 상태”라며 “정권이 바뀌고 경영 환경이 달라지면서 대기업의 혁신센터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면서 기업들이 사실상 ‘눈치 보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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