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내년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 1조 389억 원보다 약 500% 늘어난 50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고 CNN이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CNN은 미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의 ‘가격표(Price tag)’를 갑작스레 50억 달러로 제시했고 당황한 국무부와 국방부 당국자들이 “47억 달러로 내리자”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50억 달러와 47억 달러 모두 정확한 근거가 없긴 마찬가지여서 실무진들이 증액 근거를 정당화하기 위해 많은 금액을 추가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주한미군 기지 및 오물 처리 같은 일상 항목은 물론 준비 태세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 한미 합동군사훈련비 및 순환배치 비용 등도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방위비 인상 요구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CNN은 미 당국자들도 대통령의 증액 요구에 당혹스러워 했고, 내년 11월 미 대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따라 외교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야당 민주당은 물론 집권 공화당의 일부 의원까지 이 우려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 간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증액 요구로) 한국이 미국과 함께 가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하면 60년에 걸친 이 지역의 평화, 안정, 법치가 사라진다. 미국이 주도권을 잃으면 한반도의 안정도 저하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핀 나랑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격변하는 상황에서 누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CNN은 탄핵 위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점점 더 극단적인 외교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은 “방위비 비용 분담 수치가 5%→10%로 증가하는 것은 몰라도 5%→500%로 급증하는 것은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공동 책임’이라는 명분 하에 분담금 대폭 인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무부 관계자는 CNN에 “미군 주둔 비용은 미국 국민뿐만 아니라 동맹국도 공정하게 공유해야 하는 책임”이라며 “미군의 존재로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주장했듯 한국이 지난 60여 년 동안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는 점도 분담금 증액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