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가운데 유럽 주요국의 정치 지형도 중도 좌우파로 나뉘어 주요 정당에 표가 쏠리던 형태에서 여러 정당으로 분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카탈루냐 독립이 주요 정치 현안인 스페인은 대표적이다.
이달 10일(현지 시간) 열린 스페인 총선은 4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치러진 선거였다. 스페인에서는 4년간 무려 4번의 총선이 열렸다. 선거를 해도 의석이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이 탄생하지 못했고, 연합정부를 구성하려 해도 정당들 간 의견 차가 심해 결국 다시 총선을 실시하는 일이 반복된 탓이다.
이번 총선에서 하원 전체 350석 중 120석을 얻었지만 과반(175석)을 얻지 못한 집권 여당인 중도좌파 사회당은 12일 급진좌파 포데모스와 연정을 구성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수개월간 지속된 무정부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군소 정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포데모스(35석)와 연정으로 155석이 돼도 과반에는 모자라기 때문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5월 치러진 벨기에 총선에서도 과반을 확보한 다수당 없이 의석수가 비슷한 정당들이 난립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연정이 구성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스웨덴 총선에서도 같은 이유로 무정부 상태가 4개월간 계속되다가 올 1월에야 가까스로 연정이 출범했다. 심지어 2017년 3월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과반 확보 정당 없이 13개 정당이 난립하면서 무려 208일간 무정부 상태가 지속된 후 가까스로 연정이 출범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정치 지형의 양극화로 기존의 중도좌파 혹은 중도우파 성향의 거대 양당에 표를 주는 유권자가 점점 감소하는 중”이라며 “어느 진영의 정당도 정부 구성을 위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현상이 유럽의 ‘뉴노멀(new normal)’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극우정당이 연정의 ‘킹메이커’가 되기 쉽다는 점이다. 이번 스페인 총선에서 제3당이 된 극우정당 복스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동맹’,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중도적 성향의 주요 정당이 이민 정책 등에서 극단적 정책을 펼치는 정당과 협력해야 하다 보니 사회적 갈등이 확대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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