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이 꼭 각종 센서를 갖춘 유리온실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관행적으로 해온 방식이 아니라 (과학적인 생육)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사를 지으면 스마트팜이다.”
이종원 한국농수산대 원예환경시스템학과 교수는 15일 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스마트팜 혁신밸리 워크숍’에서 스마트팜에 대한 오해를 지적했다. 스마트팜을 시설의 문제로 접근하면 기존 농업인이나 농촌에서 새 기회를 찾으려는 청년들에게 자칫 넘기 어려운 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워크숍은 2021년 조성될 스마트팜 혁신밸리 1차 지역의 마스터플랜을 공유하고 효과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혁신밸리는 교육, 연구개발, 생산, 유통 등 첨단농업 생태계를 아우르는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다. 1차 지역으로 경북 상주시와 전북 김제시가 선정돼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워크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경북 혁신밸리(상주시 사벌면 일대)는 청년들이 초기 부담 없이 스마트팜을 통해 농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곳에는 청년 교육생들이 실습할 수 있도록 온실 2개 동의 청년 보육단지가 들어선다. 정주호 경북도 스마트농업육성팀장은 “단지 내 공동주택 30채와 커뮤니티 시설도 지을 계획이라 청년 농업인들이 주거비 부담 없이 교육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대형 온실과 실증 온실에는 딸기 파프리카 등을 스마트팜에서 키워 해외로 수출하려는 기존 농가를 들일 계획이다.
김제시 백구면에 지어지는 전북 혁신밸리는 스마트팜 연구개발(R&D) 단지로 특화할 계획이다. 전북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농촌진흥청, 한국식품연구원, 한국농수산대 등 연구기관과 바이오 기업들이 밀집돼 있다. 주변의 탄탄한 R&D 인프라를 활용해 신품종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박응규 전북 농식품인력개발원 스마트팜팀장은 “농업에 막 진입한 교육생뿐만 아니라 기존 농업인도 첨단농업을 배우고 실제 적용해 보는 현장으로 혁신밸리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상주와 김제 이외에도 2022년까지 전남 고흥군과 경남 밀양시에도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추가로 조성된다. 박상호 농식품부 농산업정책과장은 “정부는 스마트영농을 농업 전반으로 확산하려 하고 있다. 혁신밸리가 그 마중물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통해 농업과 농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제언도 쏟아졌다. 한 업계 참석자는 “창농을 하려는 청년들은 ‘대박’이 아니라 꾸준한 수입을 창출하는 직장 같은 영농을 원한다. 청년들과 기존 농업인을 멘토와 멘티로 연결해서 서로 배울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이에 정 팀장은 “경북 혁신밸리에서는 청년 보육생과 도내 스마트팜 업체가 네트워킹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운영하려 한다”고 화답했다.
스마트팜을 농가에 구현하려면 로봇,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기존 농업인들은 혁신밸리에서 이 같은 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다.
김대희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농업로봇자동화연구센터장은 “농업용 로봇이 스마트팜과 연결되면 고령 농업인들의 복지에 도움을 주고 청년들이 농업에 뛰어들 수 있는 여건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노지(露地)에서 자율주행하며 씨를 뿌리고 잡초를 제거하는 등의 농사를 짓는 로봇(KIRO-팜로봇)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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