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은행에서 알뜰폰 서비스를 한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던 직장인 김모 씨(41). 그는 현재 진지하게 KB국민은행의 알뜰폰인 ‘리브모바일’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 주거래은행이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고, 전용 유심칩만 꽂으면 간편하게 금융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애플과 같은 정보기술(IT) 회사가 신용카드를 출시하고, 아마존 같은 유통플랫폼이 대출 상품을 내놓는 시대다. 국내 은행들도 전통적인 금융산업의 테두리를 넘어 이종(異種)산업과의 융합을 꾀하고 있다.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휴대전화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은행 지점에서 농·축산물도 판매한다.
국민은행의 ‘리브모바일’은 금융과 통신의 결합으로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행법상 은행은 고유 업무와 연관성 없는 사업을 부수업무로 영위할 수 없지만 국민은행은 당국의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돼 가상이동통신망서비스(MVNO·일명 알뜰폰) 사업자로 10월 말 시장에 등장했다.
리브모바일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요금제다. 국민은행과 거래한 실적 등에 따라 각종 할인이 붙는데 할인액이 월 최대 3만∼4만 원에 이른다. 이쯤 되면 휴대전화 사업에서 이윤이 남을까 싶을 정도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통신 사업으로 이득을 보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저렴한 알뜰폰을 미끼로 은행의 충성 고객을 늘리고 더 확실히 붙들겠다는 얘기다.
KEB하나은행도 ‘금융+통신’ 결합에 가세했다. 알뜰폰 사업자인 SK텔링크와 함께 알뜰폰 고객이 하나은행으로 급여나 연금 등을 자동이체하면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는 요금제를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유통업체들과의 ‘맞손’도 한창이다. NH농협은행은 지점과 카페를 결합한 ‘카페 인 브랜치’에 이어, 14일에는 강원영업부에 은행과 편의점 마트를 결합한 특화점포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 2호점을 개설했다. 고객이 예·적금 가입 등 은행 볼일을 보러 왔다가 식재료를 구매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장을 보러 왔다가 은행에 들를 수도 있다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차를 타고 환전을 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환전 서비스’를 연내에 내놓기 위해 신세계 면세점과 손을 잡았다. 금융당국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한 이 서비스는 고객이 모바일로 환전을 신청한 뒤 자동차로 환전소를 방문해 해당 외화를 수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본점 주차장 안에 ‘드라이빙 스루 존’을 만들어 면세점 방문 고객들에게 사전 신청한 외화를 빠르게 전달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은행들의 도전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 시대에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롭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혁신금융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정하며 금융회사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모든 은행의 계좌 조회·이체·결제 등이 가능한 ‘오픈뱅킹’이 12월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은행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객들이 핀테크로 옮겨가면 기존 금융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사업자와의 제휴,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별화 등을 통해 고객을 묶어두려는(록인·Lock-in)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