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4주 차 임신부에게 불법 낙태수술을 시행한 뒤 태아가 살아서 울음을 터뜨리자 숨지게 해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3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전문의 윤모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윤씨 측 변호인은 이날 임산부와 임산부 어머니의 요청으로 불법 낙태 수술을 한 것과 태아의 사체를 손괴한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의료법위반과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윤씨 측은 “아기가 태어날 당시 제대로 호흡을 하지 못했고, 입에 거품을 무는 등 정상적인 건강상태가 아니였다”며 “건강하지 못한 아기를 방치해 사망에 이른 것이지, 양동이에 아기를 집어넣어 고의로 살해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태를 한 사실은 인정하나, 처음부터 살인을 하려고 마음을 먹지는 않았다”며 “산모의 뱃속에서 아이가 사산되었다고 쓴 내용은 윤씨가 마취과 전문의 박모씨에게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며, 태아의 심장이 좋지 않다고 기재한 것 역시 거짓이 아니다”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윤씨 측의 주장에 대해 “아기가 사산된 후 태어난 것이 아닌데,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에 윤씨 측은 “그 점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오후 3시에 다시 기일을 열고 서증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내년 1월에는 낙태 수술에 참여한 간호조무사, 마취과 전문의 등을 증인신문 할 예정이다.
윤씨는 올해 3월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34주차 임신부에게 제왕절개 방식으로 낙태수술을 진행했다. 윤씨는 아기가 살아있는 채로 태어나자 의도적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윤씨는 아기의 사체를 냉장고에 넣고, 의료폐기물과 함께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윤씨는 마취과 전문의 박모씨와 공모해 태아의 심장이 선천적으로 좋지 않았다며 진료기록지를 조작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임신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조항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태아가 독자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를 낙태 허용의 시기적 한도로 제시한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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