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52조 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41조 원….’
실리콘밸리의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리더들이 현재까지 기부금으로 내놓은 액수다. 올해 4월엔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도 1조 원가량의 주식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도 ICT 업계 젊은 리더들이 아너 소사이어티(고액 기부자 클럽) 문화를 이끌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창업자 겸 대표(43)가 만든 ‘한국형 기부자맞춤기금’ 1호 기금이 올해 10월 7호 기금까지 이어졌다. ○ 김봉진이 1호 쏘고, 김지만이 2호 받았다
한국형 기부자맞춤기금은 사실상 김 대표가 만든 새로운 기부 제도다. 김 대표는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자산 100억 원을 기부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국내 기부 관련 규제나 제도를 공부해야 했다”며 “막상 한국에서는 기부자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기부금 100%를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각종 단체들의 기존 사업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으로 운용하려면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 법률상 재단 설립 요건과 절차가 까다롭고 사무실 운영, 이사 선임 등 추가 부담이 크다. 각종 재단이 상속이나 증여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보니 시선도 곱지 않다. 고민 끝에 김 대표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와 함께 새로 만든 기부자맞춤기금은 재단 설립 인가나 운영 자금이 필요 없고 공동모금회가 기부자와 함께 운영위원회를 꾸려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다. ‘우아한영향력선순환기금’이라고 이름 붙인 1호 기금(50억 원)은 세 아이의 아버지인 김 대표의 뜻에 따라 저소득 학생 장학사업에 쓰이고 있다.
일단 물꼬가 터지자 2호 기금은 동갑내기 김지만 쏘카 창업자 겸 제쿠먼인베스트먼트 대표(43)가 쏘아 올렸다. 10억 원을 제주도 청소년 지원을 위해 내놓았다. 김봉진 대표 소식이 알려진 뒤 기부 방법을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었다. ○ 꼬리에 꼬리 무는 한국형 기부자맞춤기금
최근까지도 기부자맞춤기금 행렬은 이어졌다. 올해 초 김봉진 대표가 교통사고 피해를 당한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의료·생계비를 지원하는 3호 기금(20억 원)을 추가로 만들었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56)도 1호 기금에 3억 원을 보탰다.
고(故)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의 자녀들이 부친의 유산 10억 원으로 5호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7호 기금으로는 온·오프라인 교육 기업인 디쉐어의 현승원 창업자 겸 대표(34)가 최연소 참여자로 10억 원을 출연했다. 현 대표는 “작년에 베트남에 가서 낙후된 현지 교육 현장을 보고 나서 해외 개발도상국에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기부 목적을 밝혔다.
이처럼 ICT 리더들이 불을 붙인 ‘한국형 기부자맞춤기금’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봉진 대표는 “평소 기부 의지를 갖고 계셨던 분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상담을 하러 종종 찾아오신다”며 “한국에서 기부를 장기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과 제도에 대해 사회적인 고민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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