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으로 준비해온 ‘1+1+α(알파)’ 법안(문희상안)을 다음 주에 발의한다. 이달 말 열릴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제징용 피해 문제를 실질적으로 보상하고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를 풀어낼 모멘텀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의 60억 원은 법안에 포함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국회의장실은 5일 언론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문 의장의 구상을 전했다. 최광필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은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자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재확인하는 것이 구상의 전제”라며 “이런 취지가 ‘문재인-아베 선언’으로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1998년 10월 이뤄진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일본 측의 사죄를 명문화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로 나아가자는 선언이다.
문 의장 측은 내주 법안 발의를 하고, 연내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충희 외교특임대사는 “24일 한일 정상회담이 예상되는데 그 전에 입법 과정에 들어가게 되면 정상회담 때 문 의장 안을 갖고 갈 수 있다”며 “법안이 촉매제, 마중물이 되면서 양국 간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의장은 그동안 5당 대표 및 원내대표 회동을 비롯해 앞서 강제징용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여야 의원들과 간담회 등에서 법안 발의 및 통과에 속도를 내자는 데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미 집행력이 생긴 국외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재판에서 승소가 예상되는 피해자들 또는 그 유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목적으로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재단에서 지급하는 위자료는 양국 기업과 개인 등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마련된다. 위안부 피해자는 ‘1+1+α’ 안의 위자료 지급 대상에서 빠지며 이미 활동이 종료된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잔액(약 60억 원)도 위자료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위안부 피해 단체들은 “일본의 사과가 우선”이라며 문 의장이 제시한 해법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재단은 위자료 지급 업무가 종료되더라도 추도 및 위령, 문화, 학술, 조사, 박물관, 사료관 등의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금 모금 창구는 재단뿐만 아니라 언론사 등에 위탁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위자료와 위로금 지급 여부 및 규모는 별도의 심의위원회가 심사한 후 결정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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