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베어, 4년 만에 내한 공연 “그래미 보다 더 기대되는 건 한국 김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6일 16시 34분


다음달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릴 그래미어워즈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앨범’ 부문 후보에 모두 이름을 올린 밴드가 있다. ‘본 이베어(Bon Iver)’다. 이들을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다음달 12일 저녁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도 연다.

e메일로 만난 본 이베어의 리더 저스틴 버논(보컬, 건반, 기타)은 “근래 미국과 유럽에서 주로 공연 활동을 했는데 한국에 다시 가게 돼 무척 흥분된다. 기억이 너무 좋아 첫 내한 때보다 더 기대된다”고 했다. 첫 내한 공연은 2016년 2월이었다.

포크, 록, 힙합, 전자음악을 섞어 꿈결 같은 ‘제5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본 이베어는 한마디로 전위(前衛)다. 팀명은 프랑스어인 ‘좋은 겨울(Bon Hiver)’을 비튼 것. 2006년, 음악 활동 부진과 실연으로 실의에 빠진 버논이 한겨울, 고향 위스콘신주의 외딴 오두막에 틀어박혀 만든 데뷔작 ‘For Emma, Forever Ago’는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2011년 2집 ‘Bon Iver’로는 이듬해 그래미 ‘최우수 신인’을 수상했다.

밴드 탄생기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연상케 한다고 하자 버논은 “사실 그 시절이 그립다”고 맞장구 쳤다.

“요즘 그때 기분을 다시 느끼려 노력 중입니다. 제가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밴드에는 더 좋은 일인 것 같아서요.”

본 이베어의 가사와 시각적 이미지는 음악만큼이나 쓸쓸하고 신비롭다.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른 ‘i,i’의 음반 제목부터 그렇다.

“라스타파리아니즘(자메이카에서 발달한 독특한 신앙)에서 일체(一體)의 관념을 따왔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이며, 따라서 타인 없이 개개인만으로는 정의될 수 없음을 뜻하죠. 친구도, 적도 우리를 정의하는 일부가 됩니다.”

앨범을 만들 때는 계절의 순환을 염두에 뒀다. 위스콘신주에서 만든 1집은 겨울이었고, 봄 여름을 거쳐 4집인 ‘i,i’는 가을이다. 버논은 “시간이 흐름이 앨범으로 진화했다. (돌아보면) 마치 1년이라는 자연의 시간 덩어리 같다”고 했다.

“원래 가을을 제일 좋아하지만 여름의 위스콘신은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되죠. 노래 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역시 겨울이에요. 어쩔 수 없이 좀 멜랑콜리해지는데 그런 감정이야말로 노래에 녹여내기 가장 좋으니까요.”

‘올해의 레코드’ 후보에 오른 곡 ‘Hey, Ma’를 팬들은 대자연과 환경 문제의 은유로 본다. 돈, 탄광, 엄마가 반복되는 아리송한 가사 때문. 버논은 즉답을 피했다.

“어떤 생각보다 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것이 때로는 순간적 느낌이에요. 이 곡도 마찬가지입니다.”

앨범 ‘i,i’는 그래미에서 4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올해의 얼터너티브 앨범’과 ‘최우수 패키지’까지. 뜻밖에 그래미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음반의 제작 과정이 즐거웠으므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영광입니다. 하지만 그래미는 너무 많은 아티스트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그렇게 큰 권위가 있는 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그래미보다 이들이 더 기대하는 것은 한국의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버논은 “요즘 김치에 중독됐는데 역시 (한국) 현지에서 맛본 것이 최고였다”고, 다른 멤버 앤드루 피츠패트릭(건반, 기타)은 “(한국에서) 좋은 비빔밥과 김치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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