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연간 80일 ‘꽁꽁’… 2000년대 14.5일로 확 줄어
온난화-급격한 도시화 원인
1959년 1월 17일 동아일보 사회면은 소년들이 꽁꽁 언 한강에서 활짝 웃으며 썰매를 타는 모습을 실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겨울철 한강은 썰매와 스케이트를 즐기는 어린이들로 붐비던 겨울왕국이었다. 이런 정겨운 겨울 강가 풍경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겨울철 꽁꽁 언 강의 모습을 점점 더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전 세계 강이 해마다 점점 덜 얼고 있다는 분석 결과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지구과학부 샤오 양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30년간 전 세계 강의 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강이 어는 면적이 25%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일 발표했다.
얼어붙은 강은 인류 역사와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꽁꽁 언 강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과 관련된 이동 경로를 제공했다. 한반도에선 고려 말 홍건적의 침략이나 1636년 병자호란이 겨울철 압록강이 얼어붙으며 일어났다. 얼어붙은 강은 하천 퇴적물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의 배출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캐나다 빅토리아대 연구진은 2009년 세계 곳곳을 흐르는 전체 강 가운데 56%가 겨울에 얼어붙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최근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양 연구원이 주도한 연구팀은 1984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관측위성 ‘랜드샛’ 5∼8호가 촬영한 영상 40만7880개의 위성 관측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폭 90m 이상인 강을 인식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전 세계 약 750만 개 물줄기의 결빙 상태를 확인했다. 날씨가 화창할 때 물빛이 파랗게 보이지만 얼었을 때는 하얗게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결빙 여부를 판단했다.
연구팀은 1984년부터 1994년까지 전체 강 면적의 60.2%가 얼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2018년에는 불과 55.9%가 얼어붙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티베트 고원과 동유럽, 미국 알래스카 등에서 강이 얼어붙는 범위가 급격히 줄었다.
전문가들은 얼어붙는 강 면적이 줄어드는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았다. 연구팀은 2009년에서 2029년까지, 2080년에서 2100년까지를 비교해 강이 얼마나 덜 얼어붙을지를 예측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RCP) 중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RCP 8.5) 전 세계 강은 평균 16.7일 덜 얼어붙는 것으로 나타났다. RCP 8.5 시나리오는 2100년까지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4.8도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적극 실행해 2.8도 상승에 머무르게 하는 경우에도 같은 기간 결빙 기간이 7.3일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연구원은 “지구 온도가 오르는 것과 비례해 강의 결빙 기간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강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강의 경우 1900년대 연간 80일이던 결빙 기간이 1960년대 42.2일, 1970년대 28.7일, 1980년대 21일, 1990년대 17.1일, 2000년대 14.5일로 눈에 띄게 줄었다. 100년 만에 얼어붙는 기간이 82%나 줄어든 것이다. 한강의 결빙 기간이 줄어든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 외에도 급격한 도시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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