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 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사이트 운영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창열)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 파더스 운영자 구모 씨에게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함께 기소된 제보자 전모 씨에 대해서는 양육비를 주지 않은 배우자에 대해 개인 SNS에 신상정보와 함께 욕설을 올린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부과했다.
구 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받은 사람들의 얼굴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의 상세한 정보를 배드 파더스에 올려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공판은 전날 오전 11시30부터 이날 0시40분까지 약 13시간 동안 진행됐다.
재판에서는 피고인의 행위에 ‘비방 목적’이 있는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공방이 펼쳐졌다.
검찰은 “피고인은 양육비 청구 여부와 미지급 액수·기간 등을 불문하고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공개 기준도 모호하고,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피해자들에게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공적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개인이 온라인에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용인하면 법치주의 손상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양육비 부담 관련 법원 판결문 등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제보만 선별해 게시했고, 양육비가 지급되면 즉시 삭제했다”며 “정정 요청도 적극 수용했으며, 모욕적 표현 없이 100여 명에 이르는 미지급 기본 정보만 나열해 개별 피해자의 명예훼손은 경미하다”고 했다.
구 씨는 최후진술에서 “양육비 피해 아동 100만명이 배고픈 고통에서 벗어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심원 7명(예비 배심원 1명 제외) 전원은 구 씨에 대해 무죄 평결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온라인에 게재했어도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악의적이거나 모욕적인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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