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효과?…작년 12월 ‘日불화수소’ 수입 1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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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16일 1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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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일본에서의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 수입액이 약 140만달러에 달해 전월보다 10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조치 이후로는 최대 규모이며, 100만달러를 돌파한 것도 반년만의 일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청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같은 테이블에 마주앉아 15개월만의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양국간의 관계 개선이 수출규제 조치 완화의 물꼬를 튼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수출규제 시행 이후 일본 소재·부품 기업들의 실적이 고꾸라지자 이를 달래기 위해 아베 정부가 한국으로의 수출을 승인해준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2019년 12월 일본에서 수입한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139만800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14만달러와 비교해 거의 10배 증가한 수준이다. 수입 중량 기준으로 살펴보더라도 지난해 12월에는 약 794톤의 불화수소가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약 400㎏이 수입된 11월에 비해 190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공정에 수차례 쓰이는 소재로 원재료인 웨이퍼에 회로를 원하는 모양대로 식각(에칭)하는 공정에 쓰여 ‘에칭가스(Etching Gas)’로도 불린다. 불순물 제거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이물질이 거의 없는 ‘고순도’ 제품의 사용이 필수적인데 현재 모리타화학, 스텔라케미파 등 일본 업체가 전세계 시장 점유율 90%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해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PR) 등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시행한 이후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일본 소재의 수입액은 급감했다. 2019년 6월 약 530만달러에 달했던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액인 한달만인 7월에 5분의 1 수준인 96만달러까지 감소했다.

이후 8월과 9월에는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이 전무했으며 Δ10월 10만달러 Δ11월 14만달러 등에 그쳤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에는 일본에서의 불화수소 수입액이 약 140만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7월 수출규제 조치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된다. 2019년 6월(529만달러) 이후 월간 기준으로 일본산 불화수소 수입액이 100만달러를 넘은 것도 6개월만이다.

하지만 연간으로 놓고보면 2019년의 일본산 불화수소 전체 수입액은 약 3634만달러로 전년(6686만달러)과 비교해 45.7% 감소했다. 중량 기준으로도 48.3% 줄어 거의 반토막났다.

2019년말에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 불화수소 수출을 확대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 따른 양국 관계가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마주앉은 것은 15개월만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조치 우대국) 배제 이전으로 원상복귀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수출규제 조치로 실적이 급감한 자국 기업들을 달래기 위한 아베 정부의 ‘일시적’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순도 불화수소 전문 업체인 스텔라케미파의 지난해 3분기(7~9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와 비교해 21%, 88%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모리타화학은 지난 8일 한국에 고순도 불화수소를 수출했는데 이는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12월 24일 요청한 것을 일본 당국이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앞에 불켜진 적색 신호등의 모습 © News1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앞에 불켜진 적색 신호등의 모습 © News1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탈(脫) 일본’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란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이미 삼성, LG, SK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생산 공정에 국산 불화수소 투입을 늘리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외 소재 업체들이 수출규제를 계기로 신규 투자를 늘리거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일본 정부에게 부담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글로벌 소재업체 듀폰(DUPONT)은 최근 우리 정부와 만남을 갖고 올해 천안에 반도체 극자외선(EUV) 공정용 포토레지스트 생산 공장 구축을 위해 2800만달러(약 32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감광재로 불리는 포토레지스트는 웨이퍼 기판에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핵심 소재다.

그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일본산 포토레지스트에 대부분 의존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 기업과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포토레지스트의 대일 수입 비중은 지난해 1∼6월 92%에서 7∼11월 85%로 떨어졌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솔브레인이 충남 공주 공장에서 ‘12나인’ 급의 고순도 불화수소(99.9999999999%) 대량 생산 능력을 확보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다른 소재기업인 동진쎄미켐은 올 1분기 중으로 불화크립톤(KrF), 불화아르곤(Arf) 공정용 포토레지스트 생산 공장 증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일 양국간 관계에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면서 양국 기업들이 대체로 피해를 입었다”면서 “화이트리스트 원상복구와 수출규제 조치 해제 등 아직 갈길이 멀어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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