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형은 이룬 게 많고 저는 아직 이뤄야 할 게 많잖아요. 후배 사랑을 보여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고교 선배와의 맞대결을 앞둔 최지만(29·탬파베이)은 너스레를 떨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최근 인천 서구 위드베이스볼아카데미에서 만난 최지만은 “패스트볼이 오든 체인지업이 오든 다 쳐낸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메이저리그(MLB) 팬들에겐 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인천 동산고 출신 선후배가 세계 최고의 무대 MLB에서 맞붙는 장면이다. 4년 선배 류현진(33)이 올 시즌 토론토로 이적하면서 같은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탬파베이 소속의 최지만과 투타 대결을 펼치게 됐다. 두 팀은 정규시즌에서만 19차례 맞붙는다. 같은 고교 출신의 한국 선수가 투타 대결을 펼치는 건 2005년 타자 최희섭이 투수 서재응, 김병현(이상 광주일고)과 맞붙은 뒤 15년 만의 일이다.
2년 만에 한국에 온 최지만은 최근 동산고 야구부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내리사랑을 실천했다. 함께 달리고, 웨이트트레이닝 노하우를 전했다. 최지만은 “힘든 시기가 있어야 또 실력이 올라오는 시기가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네 형처럼 푸근하게 다가가면서도 인사만큼은 철저히 하도록 강조했다고 한다.
빅리그 5년 차를 앞둔 최지만은 지난 시즌 그 어느 때보다 큰 수확을 거뒀다. 팀의 주전 1루수로 자리 잡으면서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1(410타수 107안타), 19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출전 경기, 홈런, 타점 모두 커리어 하이다. 팀도 와일드카드로 2013년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최지만은 “오히려 반대다. 주전 투수들의 부상이 없었더라면 오히려 지구 우승을 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20홈런을 채우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AL 동부지구는 전통의 강호 뉴욕 양키스, 보스턴 등이 속한 지구이기도 하다. 최지만은 “보스턴, 양키스와 맞붙을 때는 안방에서도 방문 경기를 치르는 것 같다. 그만큼 두 팀의 극성팬이 많다”며 “방문 경기 때 찾는 보스턴의 안방구장 펜웨이파크에 설 때마다 ‘내가 진짜 메이저리거가 됐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지만은 류현진 외에도 역대 투수 FA 최대금액(9년 3억2400만 달러)을 받고 양키스로 이적한 게릿 콜과도 자주 상대해야 한다. 최지만은 콜에게 통산 10타수 4안타(1홈런)로 강했다. 최지만은 “콜도 (양키스의 전통에 따라) 수염을 밀면 전보다 약해지지 않겠느냐”고 농담을 하면서도 “상대가 누구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MLB도 그냥 야구하는 곳이고 상대도 그냥 투수일 뿐이다. 항상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말했다.
새 시즌을 앞둔 최지만은 특별한 소망도 하나 밝혔다. 바로 도쿄 올림픽 출전이다. 최지만은 “새해에도 김경문 대표팀 감독님께 인사를 드렸다.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은퇴 전에 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메이저리거들의 올림픽 출전을 허락하지 않고 있어 최지만이 올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댓글 0